사진 동아DB
“한강 다리 위 인생은 픽션(문학의 허구)보다 처참해요.”
한강 교량 19개에 설치된 ‘SOS 생명의 전화(자살예방 상담 전화)’로 걸려온 시민의 전화를 받는 소설가 겸 상담사 이연철 씨(64)가 29일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2009년부터 ‘한국 생명의 전화’에서 상담 봉사활동을 해왔다. 극단적인 선택의 문턱에서 전화를 건 이들의 마음을 돌려야 하는 자원봉사 SOS 전화 상담사는 29일 현재 25명뿐이다. 한국 생명의 전화에 등록된 서울 지역 일반 상담사 500여 명 가운데 1년 넘게 교육을 받고 시험을 통과한 이들만 SOS 전화를 받을 수 있다.
SOS 전화 상담사들은 하루 3시간 반 정도인 봉사활동을 마치고 나면 귀가 새빨개진다. 한강 다리를 지나는 차량 경적 소리 사이에서도 전화기 속 목소리의 뉘앙스를 포착해내기 위해 수화기를 귀에 바짝 대기 때문이다. 이 씨는 “웃으며 전화하는 사람 중 대다수는 장난전화이지만 간혹 너무 괴롭고 허탈해서 그러는 경우도 있다”며 “그걸 예민하게 분별하지 못하면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으니 집중하고 또 집중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경력이 많은 SOS 전화 상담사라도 매일 ‘오늘은 또 어떤 전화가 걸려올까’라는 걱정은 피할 수 없다. 끔찍한 사연을 듣고 귀가하던 길에 전봇대 아래 구토를 했다는 상담사도 있다. 그래도 상담사들은 “베푼 것보다 얻은 게 많다”고 입을 모은다. 이윤미 씨는 “마지막을 결심하고 전화한 사람에게 ‘그래도 조금 더 살아보자’는 생각을 갖게 한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하며 하루를 버틴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