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추석전 임명 강행 시사
청와대가 30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개최 여부와 상관없이 다음 달 3일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면서 ‘조국 임명 강행’ 시나리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다음 달 9일 조 후보자에게 법무부 장관 임명장을 주고, 10일 열리는 국무회의부터 조 후보자가 참석하게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추석 연휴 전 조 후보자와 관련한 상황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미다.
○ 靑 “法대로 하겠다” 임명 강행 시사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 후보자 임명 마감 시한과 관련해 “대통령께서는 법이 정하는 절차대로 진행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대통령은 최대 열흘의 기한 내에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를 일축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재송부 기한은 대통령이 정하는 것이지 야당 원내대표가 마음대로 기한을 이야기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재송부 기한을 길게 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올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등의 임명을 강행하기 전 재송부 기한을 모두 닷새로 정했다. 청와대 안팎에서 “이번에도 기한이 닷새를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다음 달 1일부터 6일까지 동남아 3개국 순방에 나서는 문 대통령이 순방 복귀 뒤 첫 출근일인 다음 달 9일에 조 후보자에게 장관 임명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재송부 기한을 사흘 이내로 정하면 문 대통령이 순방 중 전자결재로 조 후보자 임명을 재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 與野, 청문회 파행 책임 놓고 공방
청와대는 또 “조 후보자에게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는다”며 보수 야당을 비판했다. 여권의 유력 차기 주자들도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와 주파수를 맞췄다. 김부겸 의원은 한국당을 향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조 후보자가 두려운 게 아니라면 최소한의 반론권은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조 후보자를 둘러싼 지금의 상황은 비이성의 극치인 마녀사냥에 가깝다”며 “가족 증인 문제로 법이 정한 청문회를 거부하는 것은 그 목적이 정략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 여권, “임명 강행해도 2라운드 시작” 우려
여당에서는 임명 강행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감지됐다. 한 여당 의원은 “조 후보자가 장관이 된다고 윤 총장이 뽑은 칼을 그냥 집어넣겠느냐”며 “청와대는 초지일관 ‘각종 의혹에 조 후보자가 직접 관여한 사실은 없다’고 버티고 있지만, 만약 검찰 수사가 조 후보자 본인을 향할 경우 청와대의 논리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이 장관 해임건의안 등 ‘조국 논란’ 2라운드를 시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청와대는 “법적 절차대로 하겠다는 것이 꼭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이 아니다”고 밝혔다. 임명 여부는 문 대통령의 판단에 달렸기 때문에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만약 극적으로 여야가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개최에 합의한다면 임명 시점도 자연히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다음 주 여야 논의 상황과 검찰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조 후보자의 거취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