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26곳 조기반환 추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바라본 용산 미군기지 모습. 2018년 5월 촬영된 사진이다. 현재 주한미군이 떠난 자리엔 한국으로 출장 온 미 행정부 인사 숙소로 쓰이는 드래곤힐호텔과 한미연합사령부 본부만이 남아 있다. 동아일보DB
○ 17년간 묵은 미군기지 조기반환 꺼내 든 靑
청와대는 30일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었다.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한 22일 회의에 이어 2주 연속 NSC 상임위를 연 것이다. 북한의 도발이나 남북관계 관련 중요 논의 사안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NSC 상임위가 통상 2주에 한 번씩 열려 온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이날 회의의 안건은 한일관계 동향 점검과 함께 주한미군 기지 조기반환 문제. 회의를 마친 뒤 청와대는 “NSC 상임위원들은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평택기지 등으로 이전 완료 및 이전 예정인 총 26개 미군기지에 대한 조기 반환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7년간 줄다리기 중인 미군기지 조기 반환을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국방부와 외교부, 환경부 등 관련 부처 차원의 협상 대신 국무조정실 주도의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미국과 올해 안에 ‘담판’을 보겠다는 구상이다. 군 관계자는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2021년경) 이전에 오염치유 문제 등 반환 협상을 착수해서 조기에 반환받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는 메시지”
청와대는 주한미군기지 조기반환 추진과 관련해 “지소미아 종료 등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소미아 파기와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으로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주한미군기지 반환 문제를 공개 거론한 것을 두고 청와대가 미국을 상대로 ‘심리전’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은 완전한 돈낭비”라고 비판하는 등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정부가 그동안 한국이 미군을 위해 부담해온 간접적인 비용을 부각하려 했다는 것. 청와대가 미국이 요구한 지소미아 복원에 대해 “국익 앞에 어떤 것도 우선시될 수 없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연내 미국 측과 용산기지 반환 절차에 착수하더라도 실제 반환에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측은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해 환경오염 치유비는 물론이고 주한미군 무기 감가상각비 등도 받아내겠다는 입장이어서 한미 간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