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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6·25참전 일본계 미군에 첫 표창 수여

입력 | 2019-08-31 03:00:00

美서 국무총리 명의 단체표창… 참전용사들 “잊지 않아서 감사”




2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일본계 미국인 문화센터에서 샘 시모구치 ‘일본계 미국인 한국전 참전용사회’ 회장(앞줄 가운데)이 6·25전쟁에 참전한 공로로 김완중 주로스앤젤레스 총영사로부터 이낙연 국무총리 단체표창을 받고 있다. 주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제공

일본계 미국인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유엔군 참전 69주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정부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김완중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는 2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일본계 미국인 문화센터 내 한국전쟁 전몰자 기념비 앞에서 ‘일본계 미국인 한국전 참전용사회’ 회원들에게 이낙연 국무총리 단체표창을 수여했다. 이날 수여식에는 참전용사 9명과 무토 아키라(武藤顯) 주LA 일본 총영사가 참석했다.

김완중 총영사는 “일본계 미국인 참전용사에게 정부 차원에서 감사를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꼭 해야 하는 일이었다. 뒤늦게라도 표창이 이뤄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6·25전쟁에 참전한 일본계 미국인 병사는 약 5600명으로 대부분 최전선에 배치됐다. 전사자 255명, 부상자 1000여 명으로 미군보다 평균 3배 가까이 높은 사상률을 기록했다. 생존한 일본계 참전용사들은 1996년 일본계 미국인 한국전 참전용사회를 결성해 이듬해 LA에 일본계 미국인 문화센터에 한국전쟁 전몰자 기념비를 건립했다. 일본계 미국인 참전용사회 회원들의 나이는 대부분 아흔을 넘겼다. 2001년에는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 기념비를 세우고 이후 매년 참배해왔지만 고령에 체력적 한계로 올해는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기념공원을 찾아 참배했다. 참전용사회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해산한다.

샘 시모구치 참전용사회 회장(92)은 이날 표창을 받은 뒤 “한국 정부가 우리를 잊지 않고 찾아준 데 대해 정말 감사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미노루 도나이 전 회장(92)은 “한국전쟁 당시 한국은 나무 한 그루 없는 척박한 땅이었다. 청춘을 바친 한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에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최근 한일관계가 좋지 않지만 갈등 상황이 조속히 호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