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오른 여성 가수가 건반 앞에 서더니 이내 피터 폴 앤드 메리(Peter, Paul and Mary), CCR(Creedence Clearwater Revival) 등 지금은 거의 잊혀진 왕년의 팝스타들을 소환합니다. 곧 마로니에, 김광석, 여행스케치처럼 중장년층이라면 누구나 추억 하나쯤은 얽혀 있을 만한 가수들의 노래가 이어집니다. 기억과 현실이 뒤섞이는 경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합니다. 무릎에 올린 손바닥이 절로 박자를 맞춰가던 즈음, 노래하던 가수 이영미 씨가 조용히 말합니다. “제 라이브 공연이 여러분들에게 힐링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힐링’이라는 영어 단어가 마치 원래부터 우리말 속에 있던 것처럼 자연스러워졌습니다만, 아마도 ‘사하라’라는 이름의 이 카페는 이 단어가 유행하기 전부터 주변 직장인들에게 힐링의 장소였을 듯합니다. 1988년 7월 문을 열었으니, 31년 동안 한자리에서 작은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귀퉁이 탁자에서 젊음과 미래를 이야기하던 청년들이 가게와 함께 나이를 먹어 이제는 옛 이야기를 안주 삼아 맥주잔을 기울이는 중년이 됐습니다. 개업 이후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온 김미숙 사장님이 가게에 얽힌 일화들을 이야기합니다.
사하라 김미숙 사장
끝이 없을 듯 펼쳐지는 추억 보따리에서 짧지 않은 가게의 역사가 한 편의 영화처럼 지나갑니다. 문득 가게 벽면을 온통 영화 소품으로 꾸민 인테리어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집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