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조국 후보자 딸 논란을 접할수록 제 삶이 비참하게 느껴졌습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의 한 강연장 무대에 선 곽찬호 씨(25)가 마이크를 잡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곽 씨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에 가지 못했다”며 “5년 동안 편의점 아르바이트만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편의점에서 매일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한다”며 “대학은 사치이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게 ‘그림의 떡’인 제 인생을 조 후보자가 공감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곽 씨는 조 후보자 딸과 관련한 논란을 지켜보면서 “열심히 살아도 가난과 절망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곽 씨를 포함한 50여 명은 이날 청년권익단체인 ‘청년 전태일’이 주최한 ‘조국 후보 딸과 나의 출발선은 같은가’란 간담회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청년들은 딸의 입시·학사 특혜 의혹이 불거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54)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 후보자 딸 조모 씨(28)의 특혜 의혹으로 부모의 권력과 부가 자식에게 대물림되는 현실을 실감하고 좌절했다는 청년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문일평 씨(30·여)는 “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논문 1저자가 되는 건 생각도 못했다”며 “조 씨가 참여한 인턴십은 외고에서도 일부 학생들에게만 주어지는 특혜였다”고 말했다. 문 씨는 “조 후보자는 트위터에 ‘중요한 건 개천에서 용이 돼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썼지만 당신 딸은 개천의 용을 넘어 우주를 날고 있는 우주 비행사”라고도 비판했다. 익명을 전제로 발언대에 오른 대학생 A 씨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독서실에서 밤을 새워 공부하고 아침에 학교 수업을 듣는 게 일상이 됐다”며 “누군가는 노력하지 않아도 받을 수 있는 돈이 누군가는 밤새워 버는 돈인데 이것이 우리가 배운 평등한 사회인가”라고 토로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대에서는 조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보수 성향 서울대 학생모임 ‘서울대 트루스 포럼’이 주최한 집회에는 450여 명의 재학생과 졸업생 등이 모였다. 조 씨의 입시·학사 특혜 의혹을 규탄하는 청년들의 집회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2일 오후 6시부터 촛불집회를 열고 조 씨의 ‘특혜 장학금’ 수령 의혹에 대해 진상 규명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 학교 총학생회가 주도해 조 씨 의혹에 대한 집회를 여는 건 처음이다. 학생들은 촛불집회에서 조 씨에게 6학기 연달아 장학금을 준 노환중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현 부산의료원장)와 대학 본부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기로 했다. 지난달 23일과 28일 두 차례 촛불집회를 열었던 서울대 총학생회는 3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추가 촛불집회를 진행할지 검토하기로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