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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문회 2일 개최 무산…文대통령, 임명 강행 가능성 커져

입력 | 2019-09-01 21:17:00


동아일보 DB

여야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과 가족의 증인채택 문제를 두고 1일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2, 3일로 이틀 간 예정됐던 인사청문회가 사실상 무산됐다.

야당은 일정을 미뤄서라도 조 후보자 가족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가족은 절대 불가”라고 맞서며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 민주당은 청문회가 무산될 가능성에 대비해 2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조 후보자 청문회 관련 추후 전략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가족 증인 채택 두고 막판 힘겨루기

이날 오전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의 가족 중 부인과 동생만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조건으로 5, 6일 청문회를 열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핵심 증인들에 대한 여야 합의를 전제로 5, 6일 또는 9, 10일로 청문회 일정 순연은 가능하다면서도 조 후보자의 모친을 증인에서 빼는 것을 거부했다. 나 원내대표는 “사실상 핵심 증인이지만 (우리 당이) 딸의 출석은 양보했다”며 “증인도 없이 가짜 청문회를 한다는 것은 결국 청문회 쇼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냐”고 모친과 부인 등은 증인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 가족의 증인 채택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형사소송법상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은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한국당이 하루면 결단할 수 있는 일을, 날짜가 지나갔다며 순연하자고 얘기할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날짜가 아니라 증인 아니냐”고 했다.

이에 대해 법제사법위원장인 한국당 여상규 의원은 “가족이더라도 후보자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 한 가운데에 있으면 관련법상 증인으로 채택할 수 있다”며 “민주당이 비윤리적, 폐륜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터무니 없는 억지”라고 했다.

실제 인사청문회에 후보자 가족이 실제 출석했던 전례들도 있다. 2010년 국무총리 후보자였던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의 형수를 비롯해 같은 해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누나가 각각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했다. 인사청문회는 아니지만 1999년 국회에서 열린 ‘옷 로비의혹 사건’ 청문회에 김태정 전 법무장관의 아내가 나온 적도 있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송기헌 의원은 “배우자가 포함된 상태로는 (가족 증인 채택은) 안 된다”고 못 박으면서도 오 원내대표가 제안한 후보자 동생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에는 “검토를 생각했었다”고 했다.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 가능성 높아져

민주당은 인사청문회가 끝내 파행에 이를 경우 ‘국민청문회’를 다시 시도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 원내대표는 “청문회를 열지 않으면 국민과 직접 만나는 길을 선택하겠다”며 조 후보자를 향해서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기다리는 것은 더 이상 국회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더더욱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접 국민 앞에서 의혹과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민주당이 듣도 보도 못한 국민청문회에서 소명하겠다는데, 핵심 증인만 불러주면 국회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가겠다”고 반발했다.

청문회가 끝내 파행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은 이르면 3일 국회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고, 청문회 개최 여부와 무관하게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12일 전에는 조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이 정한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후보자의 장관 임명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올해 1월에도 한국당의 보이콧 속에 장관급은 아니지만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 상임위원이 청문회 없이 임명된 바 있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8년 8월 국회가 청문회를 열지 못해 청문보고서를 법정 시한 내 보내지 않자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공식 임명했다. 이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