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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로 만든 ‘인공 브레인’이 뇌파신호 보내

입력 | 2019-09-02 03:00:00

완두콩 크기 미니 뇌 ‘오가노이드’… 6∼9개월 미숙아 뇌파와 비슷
자폐증 등 뇌질환 원인 규명 기대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의대 연구팀이 줄기세포로 만든 뇌 오가노이드. 배양 10개월째인 뇌 오가노이드는 완두콩만 한 크기다. UC샌디에이고 제공

다양한 신체 부위로 분화하는 능력을 가진 줄기세포를 이용해 배양접시에서 만든 미니 인공 뇌가 살아있는 사람처럼 뇌파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배양한 미니 뇌는 콩만 한 크기로 ‘오가노이드’라고 불리는 미니 장기의 하나다. 지금까지 뇌 오가노이드를 배양하는 연구는 많았지만 실제 뇌파 형태의 전기신호를 낸 사례는 처음이다.

알리송 무오트리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 의대 세포 및 분자의학과 교수 팀은 대뇌피질에서 신경망을 구성하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뇌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다. 완두콩 크기의 이 미니 뇌를 만든 목적은 뇌가 어떻게 발달하는지 관찰하기 위해서다. 과학자들은 뇌세포끼리의 상호작용을 관찰하기 위해 줄기세포로 뇌 오가노이드를 만들고 있다. 사람 뇌는 다른 동물보다 훨씬 발달했기 때문에 동물 실험으로는 연구에 한계가 있고, 사람의 뇌는 직접 들여다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오트리 교수팀은 10개월간 수백 개의 뇌 오가노이드를 배양하면서 전극을 붙여 뇌파와 유사한 전기적인 활동이 일어나는지 지켜봤다. 2개월 뒤 뇌 오가노이드에서 발생한 전기신호를 포착했다. 처음에는 동일한 주파수의 전기신호가 불규칙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주파수에서 규칙적인 전기신호가 잡혔다.

연구팀은 이 전기신호의 패턴이 6∼9개월 만에 태어난 미숙아의 뇌파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뇌 오가노이드에서 뇌파가 나왔다는 것은 배양하는 동안 인간의 뇌와 비슷하게 신경망을 발달시켰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이 미니 뇌에 다양한 종류의 뇌세포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아직 생각을 하거나 감정을 느끼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무오트리 교수는 “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신경망 발달 과정과 뇌 세포 간 신호 전달 과정을 연구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자폐증이나 뇌전증, 조현병 등 뇌 질환이 발생하는 원인과 과정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스템셀’ 8월 29일자에 발표됐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