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창농-귀농 박람회 폐막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사흘간 열린 ‘2019 A FARM SHOW(에이팜쇼)―창농·귀농 박람회’가 1일 막을 내렸다. 창농과 귀농을 꿈꾸는 청년부터 중장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이 방문해 귀농 상담을 받거나 관련 정보를 얻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19 A FARM SHOW(에이팜쇼)―창농·귀농박람회’를 찾은 윤영식 씨(68)는 농촌진흥청 부스에 설치된 한국형 스마트온실을 살펴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경기 남양주시 전원주택 마당에 온실을 짓고 꽃 화분을 파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에게 스마트온실의 난방과 온수, 온풍 기능 등을 물어본 윤 씨는 “이제는 단가가 맞는지 고민해 봐야겠다”고 했다.
8월 30일∼9월 1일 사흘간 열린 에이팜쇼에 참여한 예비 농업인 중 상당수는 윤 씨처럼 다소 막연했던 창농 귀농의 꿈을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발전시키고 있었다. 이들은 89개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부스에서 귀농 귀촌 상담을 받거나 성공한 귀농 선배들에게 직접 조언을 구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 귀농 정보 목마른 예비 농업인들로 북적
스마트팜, 자율주행 이앙기, 농업용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농업기술은 농업에 새로 도전하려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남편과 함께 방문한 직장인 손현정 씨(37)는 충남농업기술원 부스에서 청년 귀농 지원책에 관한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식물 키우는 걸 좋아해서 언젠가 은퇴하면 귀농하고 싶다”고 했다.
똑똑한 농기계 살펴보고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기업들이 전시한 농기계를 살펴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유튜브로 농촌 알리는 ‘농튜버’ 강연도 인기
행사 이틀째였던 31일 열린 ‘농담(農談)토크 콘서트’에선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농튜버’(농업+유튜버)들이 생생한 농촌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들의 강연은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한 젊은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귀농 9년 차인 손보달 씨(52)는 올 4월 ‘솔바위농원TV’ 채널을 시작했다. 귀농 첫해 태풍으로 농사를 망친 사례 등 각종 농사 경험을 공유하자 4개월 만에 구독자가 3만7000여 명에 이르렀다. 원래 경기 평택시에서 식당을 했던 그는 식당 운영이 어려워지자 5000만 원으로 비닐하우스를 임차해 귀농했다. 현재 쌈채소, 자색고구마 등을 생산해 모두 온라인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판로를 개척하느라 SNS에 친숙해진 덕분에 유튜브 채널까지 개설하게 됐다.
‘농사직방’ 채널의 강영수 씨(40)는 대구 수성구에서 농업회사법인 ‘건강을 키우는 희망토’를 운영하고 있다. 구의 공영도시사업농장을 임차해 무, 배추, 상추 등을 키운다. 귀농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농부학교와 유튜브 등 각종 콘텐츠사업도 진행한다. ‘네이버팜’과 라이브쇼핑몰 ‘그립’, 10대에게 인기가 많은 동영상 앱 ‘틱톡’ 등 다양한 채널로 농업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강 씨는 “각종 플랫폼을 통해 농업 콘텐츠를 대중에게 전하다 보니 생각보다 여러 세대가 농업에 관심이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 유명 셰프 요리 맛보고, 농산물도 싸게 구매
유명 셰프 조리법 듣고 하민채 셰프가 떡케이크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자체 특산물을 파는 ‘에이팜마켓’에는 국산 농산물을 구매하려는 관람객들이 몰렸다. 경기 부천시에서 온 정윤진(59) 이미자 씨(55·여) 부부는 이곳에서 표고버섯 한 박스와 건조미역 다섯 봉지 등을 샀다. 해마다 박람회를 찾는다는 이 씨는 “직접 텃밭농사를 짓고 있어 질 좋은 농산물을 한눈에 알아본다. 여기선 좋은 농산물을 저렴하게 팔고 있어 매번 구매한다”고 했다.
우리 농산물로 쿠키 만들기, 조랑말 먹이 주기, 곤충 관찰 등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사과즙 등 자녀 간식거리를 사고 싶어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박람회에 온 김빛나래 씨(32·여)는 “아들이 곤충체험관에서 장수풍뎅이, 애벌레 등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이 많아 좋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