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주한미군 용산기지 연내 반환 협상을 시작하는 등 26곳의 미군기지 조기 반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매주 목요일에 열어온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금요일에 개최한 것이나, 한미 양국의 오랜 의제인 미군기지 반환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한미는 서울에 남아 있는 주한미군의 마지막 핵심시설인 한미연합사령부를 2021년까지 평택으로 옮기기로 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주한미군은 지난달 용산기지 폐쇄 계획을 장병과 가족들에게 설명까지 마쳤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청와대가 미군기지 조기 반환 이전 카드를 꺼낸 것은 미국을 향해 쓴소리를 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청와대로서는 추석 이후 시작될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염두에 두고 주도권을 잡으려 했을 수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복원을 압박하는 미국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내비친 것이란 시각도 있다. 미국에 대해서도 주권국가로서 대등한 위치에서 할 말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동안 미군기지 반환 협상에서 걸림돌이었던 토양오염 정화비용 부담 문제 등이 그렇다. 하지만 동맹 간에는 이견이 있더라도 긴밀한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 지방의 일부 기지 이전이 환경협의 단계에서 지연되고 있다 해도 뜬금없이 공개적으로 이견을 노출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번 발표를 포함해 청와대의 일련의 행보는 한미동맹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아닌가 하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우리는 좋은 관계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했다. 하지만 방위비 협상, 김정은과의 협상 등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갈등 관리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고 동맹의 미래를 낙관해서는 안 된다. 한미 간의 불편한 기류가 더 큰 갈등과 분열로 악화되지 않도록 국익을 중심에 두고 신중한 동맹외교를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