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폴란드에 용서 구한다” 고개숙인 獨 대통령

입력 | 2019-09-02 03:00:00

2차대전 80주년 맞아 현장 방문… 피해자 만나 과거사 거듭 사죄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80주년을 맞아 폴란드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해 다시 사죄했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거듭된 부인 및 사과 회피와 대조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63·사진)은 1일 폴란드 중부 비엘룬에서 열린 세계대전 발발 80주년 행사에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나란히 등장했다. 독일 공군은 1939년 9월 1일 비엘룬을 기습 폭격해 약 1200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이 공습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본격화됐다.

행사는 독일군이 2차대전 당시 비엘룬을 최초로 폭격했던 시간인 오전 4시 30분에 맞춰 열렸다. 당시처럼 행사장에는 불이 꺼지고 사이렌이 울렸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공습에 떨고 있는 모자를 형상화한 대형 포스터 앞에서 독일어와 폴란드어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비엘룬 공격의 희생자 및 독일의 압제에 희생된 폴란드인에게 용서를 구한다. 폴란드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은 독일인”이라고 했다. 특히 “국가 사회주의자들(나치)의 유럽 공포 통치가 독일 역사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며 이제 그것이 끝났다고 말하는 이들은 자신들을 위해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라며 독일 극우주의자들도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절대 그 사실을 잊지 않을 것이다. 기억하길 원하고 또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습으로 숨진 이들을 기리는 추모비에 헌화하고 폭격에서 살아남은 피해자도 만났다. 두다 대통령은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의 이날 방문을 ‘도덕적 배상’이라고 표현하며 과거사를 사죄하는 독일의 태도가 양국 관계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2차대전에서 약 600만 명의 폴란드인이 숨졌다.

이날 오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80주년 기념행사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참석했다. 당초 참석 예정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허리케인이 미 동부 해안을 강타할 것으로 보이자 펜스 부통령을 보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