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대기오염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수군덕거림을 쉽게 정설로 받아들이곤 한다. 아직도 상당수의 국민들은 미세먼지는 전부 중국 때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꼭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밝혀도 사회관계망에서 잘못된 정보가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필자가 이보다 더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에너지 정책에 관한 사회 담론이다. 2017년 10월 20일에 공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원자력의 선호도는 진보 성향과 보수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진보 성향의 미국 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 22명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절반이 넘는 12명이 “재생에너지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원자력을 이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 보도에 의하면 18∼34세의 젊은 미국인들이 원자력에 대한 지지도가 가장 높은 7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는 지구온난화 문제에 각별히 관심이 많은 젊은층의 원자력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해석했다.
첫째는 땅이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 자료를 이용해 계산해보면 한국 전력설비용량인 12만 메가와트(MW)를 갖추려면 풍력의 경우 여의도 면적의 7485배, 태양광의 경우 1021배의 면적이 필요하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전력 저장 문제이다. 태양광은 해가 존재할 때만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밤이나 비가 내릴 때 쓸 전력을 저장하는 시설이 필요한데 아직 경제적인 해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늘 해가 쨍쨍하고 사람들이 살지 않는 넓은 사막지대를 가진 캘리포니아에서는 최근 한낮에 과다 생산된 전력을 처리하지 못해 이웃 주에 돈을 줘가면서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학자들 사이에 이렇게 남는 전력으로 낮에 수소를 만들어 밤에 전력을 생산한다든지, 수력발전소의 터빈을 반대로 돌려 물을 다시 댐의 상류로 흐르게 한 후 밤에 전력을 생산하는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가 자리 잡기까지의 공백을 메우는 전력 생산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석탄같이 값싸지만 대기오염 유발 물질과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방법을 사용할지, 아니면 위험 부담을 안고 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원자력 발전을 이용할지, 아니면 그나마 오염물질 배출이 석탄화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만 가격 부담은 높은 천연가스를 이용한 열병합발전으로 가야 할지에 대한 판단은 쉽지 않다. 이는 개개인이 인지적 구두쇠의 관성을 버리고 장단점을 파악해야 할 문제다. 정파적 색안경을 쓰고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다만,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풍력발전 터빈 옆에 오래 있으면 암에 걸린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를 트위터에 올려 빈축을 샀다. 한국에도 태양광 패널에 대한 근거 없는 환경위해론 역시 더 이상 돌지 않았으면 한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