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그러던 어느 날 식당을 같이 오픈하자고 전화가 왔다. “여기 리소토는 리소토가 아니야! 우리 엄마식으로 만들고 싶어.” 나는 그가 살던 동네의 요리사를 데려오라고 조언했다. 코르시카에서 태어난 그는 이탈리아계 엄마와 프랑스계 아버지를 두었다. 그는 초대할 돈도 없고, 이민국에서 받아 줄 리 없다고 했다. 고민 끝에 일하던 레스토랑에서 요리 잘하는 친구를 설득해 같은 수준의 음식을 반값에 팔도록 조언했다. 당시 그가 일했던 곳은 ‘불레’라는 3성급 레스토랑이었다.
그는 고물상에서 테이블과 의자, 접시를 구해 왔다. 와인도 레드, 화이트 한 종류씩만 팔았다. 뉴욕 소호의 한 모퉁이에 자리한 식당 ‘장 클로드(Jean Claude)’. 나무를 조각해 금박으로 그의 이름을 새긴 간판에 꽤 많은 돈을 썼다. 요리사와 그 친구, 단둘이 운영하는 프렌치 식당이었다. 예약도 안 받고 현금만 받았다.
나를 조용히 부르더니 말했다. 이게 진짜 포르치니 리소토야! 부드럽고 진한 맛이 가을날 이탈리아 북부의 숲 향을 느낄 수 있는 맛이지. 리소토를 모르는 이들은 재료만 넣고 비비면 되는 줄 알지만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손맛이 있어.
확실히 부드럽게 흐르는 맛이 달랐고 훗날 이탈리아에서 요리 공부를 하면서 그 친구 생각을 많이 했다. 건물에 여러 장 붙어 있는 흑백 사진은 마리아의 작품이었다. 두 딸과 함께 나타난 마리아를 쳐다보면서 그는 내 귀에 속삭였다. “처음에는 영주권 때문에 그녀를 만났지만 이제는 아니야. 진심으로 사랑해. 그래서 결심했어. 난 그녀와 이혼하고, 정식으로 다시 청혼할 거야.”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