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협상 난기류 속 北美 신경전
김정은, 담배 피우며 건설현장 시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개장을 앞둔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장을 찾았다고 지난달 3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최근 미사일 발사 등 군사 행사에 집중해 온 김 위원장이 경제 시찰에 나선 건 넉 달여 만이다. 조선중앙TV 캡처
○ 최선희 “인내심 더 이상 시험 말라”
최선희는 지난달 31일 담화를 통해 “(지난달) 27일 미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는 ‘북조선의 불량 행동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비이성적 발언으로 우리를 또다시 자극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러면서 “폼페이오의 이번 발언은 도를 넘었으며 예정되어 있는 조미(북-미)실무협상 개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는 폼페이오 장관이 미 재향군인회 행사에서 북한을 ‘불량 행동(rogue behavior)’을 하는 국가로 부른 지 나흘 만에 나온 것이다. 앞서 리용호 외무상이 폼페이오 장관을 ‘독초’로 비난한 지 8일 만에 최선희가 비난에 가세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최선희는 “(폼페이오의 발언이) 미국인들에 대한 우리(북한) 사람들의 나쁜 감정을 더더욱 증폭시키는 작용을 했다”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를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떠밀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미국과의 대화 시작 이후 중단했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7, 8월 미사일 발사 현지 지도에 집중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장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같은 날 보도했다. 4월 8일 대성백화점 시찰 이후 넉 달여 만의 경제 시찰 재개다. 이런 가운데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4일 방북한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 6일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일에 맞춰 김 위원장의 베이징 방문이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미, 실무협상 응답 않는 북에 추가 제재
미 재무부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정제유 제품에 대한 북한과의 불법 해상 환적에 연루된 대만인 2명과 대만 및 홍콩 해운사 3곳(대만 2곳, 홍콩 1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대만인 황왕건(黃旺根)과 부인 천메이샹(陳美香) 등 2명, 대만 해운회사 루이방(瑞邦)해운과 루이룽(瑞榮)선박관리, 홍콩 선박회사 루이청(瑞誠)해운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황왕건은 루이방의 최고경영자(CEO) 겸 최대주주다. 천메이샹은 루이방 이사 겸 루이룽 소유주다. 재무부는 두 사람이 지분을 가진 파나마 선적의 상위안바오호(號)도 동결 자산으로 지정했다. 재무부에 따르면 황왕건은 지난해 4, 5월 사이 170만 L의 정제유를 선박 대 선박 환적 방식으로 상위안바오호에서 북한의 백마호로 옮겨 싣는 일에 관여했다. 앞서 상위안바오호는 지난해 6월 북한 선적의 명류1호와도 정제유를 환적했다.
미국이 대북 추가 제재에 나선 것은 지난달 20일 한미 연합훈련 종료 이후에도 실무협상에 나서지 않는 북한에 대한 압박용으로 해석된다. 시걸 맨들커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은 “북한과 거래하는 해운회사들은 스스로를 중대한 위험에 노출하는 것”이라며 “재무부는 북한 선적의 선박들과 불법적인 해상 환적에 연루된 개인, 법인, 선박들에 대해 미국 및 유엔의 기존 제재들을 이행하고 집행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