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명의 홍콩 시민들이 1일 오후 홍콩 국제공항 주변 지역을 봉쇄하면서 최소 17편의 항공편이 결항됐다. 다행히 우려했던 유혈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2일 총파업과 학생들의 동맹 휴업까지 예정돼 있어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
AF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이날 홍콩 시위대는 도로와 철도 등 공항으로 가는 모든 길목을 차단했다.
시위대가 공항으로 모여든다는 소식에 이날 오후 1시20분쯤(현지시각)부터 홍콩 지하철(MTR) 공항급행열차와 공항 버스 운행은 모두 중단됐다. 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 곳곳은 교통이 정체돼 차량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에는 에드워드 프린스, 완차이, 항하우 역 등 여러 지하철역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 상황이 발생했고 완차이에선 경찰이 항의하는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다.
특히 공항에서 후퇴한 시위대가 퉁청역으로 몰려들면서 오후 5시30분쯤부터 CCTV 카메라와 개찰구를 파괴하고, 서비스센터의 유리창과 화재 시설을 부수는 등 충돌이 격화하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퉁칭 지역의 정부 건물에 걸린 중국 국기를 끌어 내린 뒤 불태웠고, 거리에 있는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선전물을 훼손하는 시위 참가자도 있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저녁 7시21분쯤 공식 트위터 계정에 “일부 급진 시위대들이 퉁청의 여러 도로를 막아 바리케이드와 국기에 불을 지르고 있다. 이런 행위로 인해 교통이 마비됐다. 경찰은 시위자들에게 모든 불법 행위를 중단하고 즉시 떠날 것을 경고한다”는 글을 끝으로 더이상 관련 내용을 업데이트하지 않았다.
지난 6월 초 시작된 홍콩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시위가 3개월을 지나면서 점차 폭력적인 양상을 띄고 있지만, 홍콩 내에서는 여전히 시위를 지지하는 여론이 우세하다.
특히 전날 밤 홍콩 경찰 20명이 지하철역에 급습, 최루탄을 살포해 시위대를 체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는 경찰이 민간인을 곤봉으로 무차별 폭행하는 영상이나, 무릎을 꿇고 있는 한 남성이 경찰의 곤봉에 맞아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사진이 확산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홍콩 시위를 ‘폭력 행위’로 규정하고 연일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지난 3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홍콩 접경 선전에서 시위 진압 훈련 중인 무장경찰 사진을 공개했고, 같은 날 홍콩 경찰은 시위 핵심 인사를 무더기로 체포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이 국경절인 10월1일 전에 시위에 무력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