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오피니언리더들의 사태 해법… 람 행정장관 시사 ‘계엄령’ 발동엔 친정부 인사조차 “시기 상조” 언급… 홍콩 파괴되면 일국양제의 종말 원만한 해결 땐 좋은 본보기 될 것… 빈곤타파-정치개혁이 근본 해결책
“정부를 반대하는 홍콩 시민의 민심을 잘 알고 이해하지만 (자신들에게) 능력도 방법도 없다고 관료들이 털어놓았다.”
홍콩 도심 곳곳에서 발생한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교통이 마비된 지난달 31일. 홍콩 유명 언론인이자 정치평론가인 조니 라우 씨(65)는 본보와 만나 “내가 접촉한 홍콩 정부 관료들은 캐리 람 행정장관이 (문제 해결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아 관료들이 의견을 제시해도 소용이 없다고 토로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내에 일부 이견이 있어도 관료들이 이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14주째에 접어든 홍콩 사태가 끝이 보이지 않는 악화 일로를 걸으면서 홍콩 정부 내부에서도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 “친중파도 캐리 람에 일부 요구 수용 요구”
홍콩 정부 싱크탱크인 중앙정책조 수석고문 출신인 라우 시우카이 홍콩중문대 교수(72)는 “단기간에 (긴급법 발동 조건인) 긴급 상황에 진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갈수록 많은 홍콩 시민들이 폭력 행위에 불만을 느끼고 우려하는 데다 체포도 늘어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무력을 투입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도 밝혔다. 라우 씨는 “1967년 영국 식민지 시절 홍콩 정부가 좌파를 진압하면서 긴급법을 발동했고 중국 정부가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며 “중국 정부가 현재 긴급법을 지지하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인 민주당 창당 발기인인 제임스 토 입법회(국회) 의원(56)은 “시위대의 5가지 요구 중 ‘경찰 행태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람 정부가 수용하면 다수 시민이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래야 문제 해결의 희망이 생긴다고 친중 친정부파인 건제파(建制派) 입법회 의원들도 의견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이와 함께 △범죄인 인도법안 완전 철폐 △폭도 규정 철회 △시위대 조건 없는 석방 △직선제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토 의원은 “시위대도 다원화돼 있다. 5가지 요구가 다 실현되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인도법안 철회까지 2개만 수용해도 평화집회에 참가하는 시민의 최대 80%는 시위에 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매우 어려운 시기이긴 하지만 홍콩과 중국 정부가 국면을 전환하면 중국이 대만과 통일 방식으로 추진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홍콩 문제를 잘 처리하지 못하면 대만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일국양제 원칙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우 씨는 “폭력 사태가 중단되는 것을 해결이라 부른다면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홍콩 시민들이 직면한 2가지 심층적인 근본 모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진짜 해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구 700만 명 가운데 최소 160만 명이 빈곤층에 머물러 있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빈부 격차에 불만이 쌓여 왔다. 여기에 정부가 민의를 듣지 않는 민주주의 문제가 겹치면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며 “많은 홍콩인들은 이 2가지 모순이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정치개혁을 진행하면서 민생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매우 오래 걸릴 것”이라며 홍콩 사태의 장기화를 전망했다.
그는 “(중국 정부 수립 70주년 기념일인) 10월 1일까지 남은 1개월이 홍콩에 매우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고 홍콩 정부는 진압 강도를 크게 높일 것”이라며 “중국 측에서 1989년 톈안먼 사태 때 나왔던 ‘세계가 중국을 봉쇄했지만 돌파해냈다’ ‘중국은 어떤 대가도 치를 수 있다’는 발언이 들리고 있다”며 우려했다. 그는 “홍콩이 파괴되면 일국양제는 사라지고 결과는 톈안먼 사태 때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라우 교수는 “미국과 외부 세력이 홍콩특구의 통치권을 탈취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과 홍콩 정부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경제 발전, 복지 민생 개선으로 더 많은 홍콩 시민을 배려하고 일부 정부 지도층을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콩=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