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시즌 개막을 앞두고 트레이드 요구 파동으로 징계를 받았다가 해제된 한화 이용규가 1일 오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아 한용덕 감독을 만나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한화이글스는 지난 3월 22일 무기한 참가활동 정지 처분을 받은 이용규의 징계를 1일부로 해제 한다고 밝혔다. 2019.9.1/뉴스1 © News1
6개월만에 이용규를 다시 품은 한화 이글스.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다. 그래도 최대치이자 최선의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일명 이용규 사태로 안팎에서 흔들리기 시작한 팀이 다시금 궤도에 오를 수 있을까. 일단은 긍정적인 기류가 엿보인다.
한화는 지난달 31일, 깜짝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3월 22일 구단 차원에서 무기한 참가활동 정지 처분을 내린 이용규의 징계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후 과정은 발 빠르게 진행됐다. 이용규는 1일 대전 홈구장을 방문해 한용덕 감독에게 사과 및 인사를 했고 이어 선수단 앞에 서 다시 한번 사과를 건넸다.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이용규는 3일부로 서산 육성군에 합류한 뒤 구단 스케줄에 따라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5개월간 개인훈련만 진행한 상태이기에 1군 경기 출전은 일찌감치 고려되지 않았다. 이용규는 이후에도 교육리그(구단 참여시), 마무리캠프 등에 합류해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일어난 일명 항명사태 이후 6개월만에 다시 찾은 안정이었다.
이용규는 당시 FA계약을 맺은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구단 방침에 불만을 품고 시즌 개막 직전 트레이드를 요구해 파장을 일으켰다.
초반에는 워낙 강경한 입장을 밝힘에 따라 양 측 모두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결국 참가활동 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졌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시즌 초중반만 하더라도 양 측의 입장변화가 요원해보였으나 최근 들어 급격히 변화가 이뤄졌다.
한화 측 설명에 따르면 최근 이용규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한다는 입장을 자주 보내온 것이 시발점이었다.
더불어 한화 입장에서도 시즌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용규 거취에 대한 매듭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 맞물렸고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됐다.
2019시즌 개막을 앞두고 트레이드 요구 파동으로 징계를 받았다가 해제된 한화 이용규가 1일 오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아 선수들을 만나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한화이글스는 지난 3월 22일 무기한 참가활동 정지 처분을 받은 이용규의 징계를 1일부로 해제 한다고 밝혔다. 2019.9.1/뉴스1 © News1
한화는 몇 가지 원칙에 대해 깊게 논의를 펼쳤다.
우선 이용규가 구단에 큰 피해를 끼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는 점이다. 이용규가 개인적으로 불만을 품고 트레이드를 요구하는 것까지는 개인 의사지만 FA계약을 맺은 뒤 심지어 시즌이 개막 되기 2주 가량 전에 촉발시킨 돌발상황에 구단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용규가 지난해에 비해 역할이 많이 줄은 상태였다해도 핵심자원임에 분명하기에 한화는 시작부터 스텝이 꼬여버린 셈이었다.
팀은 물론 한국야구계에 많은 기여를 한 베테랑이란 것도 고려했다. 동시에 이러한 대단한 선수가 저지른 섣부르고 경솔한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지적했다.
다만, 이용규가 사회적으로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은 것이 아닌데다 시간이 흐른 뒤 반성입장을 지속적으로 보내왔다는 점, 베테랑 외야수로서 여전히 팀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선수라는 부분에서는 이 이상의 징계는 지나치게 가혹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한화는 선수의 앞날을 묶어만 놓고 막는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기에 적극적인 해결책이 필요했다. 한 번의 잘못과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대두됐다. 앞서 맺혔던 응어리와 불쾌했던 감정 등도 시간이 지나며 많이 희석된 측면이 있다.
이어서는 시기에 있어 논의가 필요했다. 단, 한화는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좌절된 상황이라 순위싸움과 무관했고 내부적으로 시즌이 끝나기 전, 하루라도 빠르게 결론을 내리자는 기류가 힘을 얻었다.
팀 수장이자 사실상 이번 갈등에서 논란을 피할 수 없던 한용덕 감독 역시 이와 같은 결정에 힘을 보탰다.
아직 모든 것이 마무리되고 모든 갈등이 완벽히 봉합됐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 구단과 이용규 모두 여전히 밝히지 않은 상대에 대한 서운함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모든 갈등이 팀의 하위권 추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음을 인지하고 있다. 구단도, 선수도 받아들이고 다음을 준비해야 할 수밖에 없는 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날 현장에는 구단 관계자들은 물론, 이용규와 한용덕 감독까지 모두가 내내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지만 이후에는 일종의 후련한 표정도 감지됐다.
앙금보다는 오히려 하위권으로 추락한 팀 성적에 대해 팬들에게 일종의 미안함만이 가득해보였다.
(대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