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단순하게 음식을 맛있게 하거나, 식당 영업을 잘하는 비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정직과 신용을 바탕으로 사람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인생에 대한 철학이 녹아 있어서다. 식당은 돈 내고 밥을 먹는 곳이다. 식당 사장님은 손님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고, 그 손님이 단골이 되고, 단골이 많아져서 돈도 많이 벌게 되면 그게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손님의 즐거움’은 단순히 음식을 맛있게 먹는 걸로 끝일까? 최근에 손님의 즐거움을 느낀 적이 몇 번 있었다.
무더운 여름 어느 날, 연희동에 냉면을 먹으러 갔다. 냉면을 시키고 주전자에 들어 있는 뜨거운 육수를 따라 마시다 그만 컵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육수가 순식간에 테이블로 번졌고, 이내 바지 위로 흘렀다. 얼른 물수건으로 닦아 더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사장님이 그 모습을 보고 얼른 우리 자리로 오더니 마른 수건으로 테이블을 한 번 더 닦아 주며 “괜찮아요? 뜨거울 텐데”하고 물어보았고 나는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제가 컵을 떨어뜨려서”라고 말했다.
사장님은 주방으로 가더니 잠시 후, 만두 한 접시를 가져다주었다. “저희 만두 안 시켰는데요?” “서비스로 드리는 거예요. 기분 좋게 냉면 드시러 오셨는데 육수 때문에 안 좋은 기억으로 가시면 안 되잖아요.” 장사는 사람을 남기는 일이라고 굳이 책에서 배우지 않더라도 사장님의 마음에서 많은 게 느껴졌다. 아, 이런 게 손님의 즐거움이구나!
아침에 출근하는 회사원들을 보면 웃는 사람이 별로 없다. 다들 무표정한 얼굴로 스마트폰을 보며 회사 건물로 들어간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건물을 나와 식당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웃는 사람들이 많다. 그 정도로 밥 한 끼는 소중하고 식당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그렇게 기다린 점심시간인데 맛없는 식당에 가거나 성의 없는 식당에 가면 즐거울 기회를 놓치게 된다. 아무리 바빠도 식사는 대충 때우지 말고 손님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식당을 많이 만들어 놓자.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는 꼭 사장님께 표현을 하자. 그럼 반찬 한 가지라도 더 먹을 수 있는 행운이 올지도 모르니까.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