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읽는 경제교실]
1차 노동시장은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정규직, 공무원 등이 포함됩니다. 2차 노동시장에는 이를 제외한 중소 및 영세기업, 비정규직 일자리가 해당됩니다. 2018년 8월 기준 국내 전체 임금 근로자의 10% 정도만 1차 노동시장에 종사하고 90%의 근로자는 2차 노동시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두 노동시장 간의 근로조건 격차는 큰 편입니다. 1차 노동시장의 근로자 평균 임금은 2차 노동시장에 비해 1.7배 높습니다. 평균 근속연수도 1차 노동시장 근로자가 2.3배 깁니다. 두 시장 간에는 임금 수준 및 일자리 안정성 측면에서 격차가 뚜렷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노력과 능력보다 근로자가 어느 노동시장에 속했느냐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면 근로자들의 건전한 근로 의욕과 자기 발전 의지는 꺾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그 격차가 크고 좁혀지지 않는다면 소득불평등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근로자들이 두 시장 간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소득불평등 완화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2차 노동시장 근로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직장을 옮겨 다님에도 불구하고 1차 노동시장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입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이 대기업의 90% 수준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원인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생산성 격차가 확대됐고 근로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노동조합이 대기업 위주로 결성된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의 특수한 시장 구조도 주요 배경으로 지적됩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은 상품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하청기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불공정 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뜻입니다. 중소기업이 기술 개발과 원가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높여도 대기업이 이른바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를 하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당할 수밖에 없었죠. 이로 인해 중소기업은 투자 의지가 꺾이고 성장도 제약을 받으면서 근로자에게 더 좋은 고용 여건을 제공하지 못해 왔습니다.
청년실업, 여성 고용 부진, 낮은 출산율, 생산성이 낮은 자영업의 과도한 비중 등도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와 밀접히 관련돼 있습니다. 청년들은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면 1차 노동시장으로 이직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처음부터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대기업에 취업하고자 구직 기간을 늘리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출산과 육아 등으로 단절된 경력을 잇고자 할 때 2차 노동시장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면 아예 포기할 가능성이 큽니다.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기도 하죠. 은퇴자들은 열악한 2차 노동시장에 들어가느니 차라리 자영업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장근호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정책제도연구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