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 등 신선식품 EU 수입 의존… 소매업자들 “통관 지연으로 큰 타격” 정부, 해법으로 美와 FTA 추진… 일각 “美에 농산물 종속 우려”
영국이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식품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영국 BBC와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1일 식품 유통을 담당하는 영국 소매업 컨소시엄(BRC)은 성명을 통해 “10월 31일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국경 통관과 수속 절차가 지연되면서 식품 공급에 큰 타격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영국에서 소비되는 식료품의 30% 이상은 EU에서 수입되고 있다. 특히 토마토, 양상추 등 야채나 생선류 등 신선식품은 EU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EU를 탈퇴하면 통관 지체와 관세 부과 등으로 영국 내에 반입하는 식품의 양 자체가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BRC는 우려했다. 영국 식품음료연맹도 11, 12월은 영국이 신선식품을 많이 수입하는 시기여서 브렉시트 이후 식재료 가격이 10∼30%가량 폭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식품 대란을 넘어 영국 식품 시장이 미국에 종속될 것이란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다. 영국 정부는 ‘노딜 브렉시트’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 중이다. 미국 역시 영국과 FTA를 체결해 자국 농수산물의 수출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노딜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주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EU를 통한 식품 공급이 감소한 상태에서 미국에 대한 식품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면 ‘식량이 무기화’될 수 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배트맨’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로빈’인 보리스 존슨 총리는 따라갈 수밖에 없어 영국이 미국에 의존하는 대가를 톡톡히 치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9∼12일 영국 의회 정회를 앞두고 야당인 노동당은 여름 휴회를 마친 의회가 3일 개회하면 여당인 보수당 내 ‘노딜 반대파’ 20여 명을 설득해 노딜 브렉시트 저지 입법을 초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1일 밝혔다. 이에 대해 존슨 총리와 보수당 지도부는 노딜 저지 입법에 찬성표를 던지는 의원들을 당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합의하는 등 브렉시트를 둘러싼 내홍은 점점 격화되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