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제 도입 이후 전수 분석
2일 동아일보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2000년 이후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결과 등을 조사한 결과 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대통령이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거나 국회가 부적격 의견을 낸 장관급 인사를 임명한 경우는 전체 353명 중 97명(27.5%)이었다. 인사청문 대상자인 장관급 인사 4명 중 1명은 대통령이 여야 합의 없이 임명한 셈이다. 여야가 ‘적격’과 ‘부적격’ 의견을 병기해 보고서를 채택한 경우에도 국회 의견을 무시한 채 임명을 강행한 경우로 봤다.
정권별로 따져보면 문재인 정부가 국회 의견을 무시한 채 임명한 경우가 48.3%로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았다. 이는 ‘8·9 개각’을 통해 지명된 7명의 장관급 후보자를 제외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청문 대상자 113명 중 50명(44.2%)을 임명 강행해 역대 정권 중 두 번째로 많았다. 박근혜 정부는 99명 중 41명(41.4%), 노무현 정부에서는 81명 중 10명(12.3%)을 국회 청문보고서가 없거나 부적격 의견을 단 채 임명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낙마한 후보자는 5명이다. 조각 당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0대 때 상대가 원하지 않는 강제 혼인신고를 했던 과거 전력 등이 드러나 지명 닷새 만에 자진 사퇴했다. 최정호 전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물러났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전세금을 올려 받은 돈을 유학 중인 자녀에게 송금했다는 논란 등으로 지명 철회했다.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 박성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도 도중 하차했다.
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채 임명한 경우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청문 일정 등을 놓고 여야 합의가 무산돼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청문회 없이 임명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을 청문회 없이 임명하긴 했으나, 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하면 현 정부 들어 청문회 없이 입성한 첫 번째 국무위원이 된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