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무더운 여름 어느 날 연희동에 냉면을 먹으러 갔다. 냉면을 시키고 주전자에 들어 있는 뜨거운 육수를 따라 마시다 그만 컵을 떨어뜨렸다. 육수가 순식간에 테이블로 번졌고, 이내 바지 위로 흘렀다. 얼른 물수건으로 닦아 더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사장님이 그 모습을 보고 얼른 우리 자리로 오더니 마른 수건으로 테이블을 한 번 더 닦아 주며 “괜찮아요? 뜨거울 텐데” 하고 물어보았고 나는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제가 컵을 떨어뜨려서”라고 말했다.
사장님은 주방으로 가더니 잠시 후, 만두 한 접시를 가져다주었다. “저희 만두 안 시켰는데요?” “서비스로 드리는 거예요. 기분 좋게 냉면 드시러 오셨는데 육수 때문에 안 좋은 기억으로 가시면 안 되잖아요.” 장사는 사람을 남기는 일이라고 굳이 책에서 배우지 않더라도 사장님의 마음에서 많은 게 느껴졌다. 아, 이런 게 손님의 즐거움이구나!
아침에 출근하는 회사원들을 보면 웃는 사람이 별로 없다. 다들 무표정한 얼굴로 스마트폰을 보며 회사 건물로 들어간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건물을 나와 식당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웃는 사람이 많다. 그 정도로 밥 한 끼는 소중하고 식당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그렇게 기다린 점심시간인데 맛없는 식당에 가거나 성의 없는 식당에 가면 즐거울 기회를 놓치게 된다. 아무리 바빠도 식사는 대충 때우지 말고 손님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식당을 많이 만들어 놓자.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는 꼭 사장님께 표현을 하자. 그럼 반찬 한 가지라도 더 먹을 수 있는 행운이 올지도 모르니까.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