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어제로 86일째를 맞았다. 홍콩 인근 선전에 중국 공안이 집결해 있어 무력 개입의 가능성이 언급되지만 아직 홍콩에 계엄령이 내려지지는 않았다. 시위대는 어제부터 총파업과 동맹휴학에 돌입하며 주말 중심의 시위를 일상의 저항으로 바꾸는 새 단계에 들어섰다. 홍콩도 13일이 추석이다. 시위대는 13일까지 송환법의 완전 철폐와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했다. 13일까지가 또 다른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시위에는 두 흐름이 합류하고 있다. 일국양제(一國兩制)에서 민주주의의 확립을 요구하는 다수의 흐름과 독립 없이는 홍콩의 민주주의도 불가능하다는 소수의 흐름이다. 지난주 홍콩 경찰에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시위 주도자 조슈아 웡 같은 이는 온건파다. 그가 이끄는 데모시스트당은 홍콩의 독립을 주장하는 대신 일국양제가 끝나는 2047년 투표로 홍콩의 미래를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6·4 톈안먼 사태 당시 후야오방을 이은 자오쯔양 총서기는 5월 20일 리펑 등 보수파가 주도한 계엄령 발효를 앞두고 “여러분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제발 광장을 떠나주세요”라고 시위대에 눈물로 호소했다. 5월 24일에서 27일 사이 자오쯔양이 해임됐다. 5월 말 학생 지도부의 온건파 왕단과 우얼카이시가 톈안먼 광장에서 학생들을 철수시키자는 의견을 냈으나 차이링 같은 강경파가 반대했다. 6월 3일 밤 잔혹한 진압이 시작됐다. 홍콩에서 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