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박중 순식간에 화염 휩싸여, 승무원 5명만 구조… 9명은 실종
美 노동절 연휴 참사 2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크루즈섬 근해에 정박 중이던 스쿠버다이빙용 여객선 컨셉션호가 주방에서 갑자기 치솟은 화염에 휩싸인 모습(왼쪽 사진). 샌타바버라 카운티 소방관들이 촬영했다. 오른쪽 사진은 샌타바버라 항구를 찾은 시민이 선박 화재 사고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꽃을 항구 울타리에 매달고 있는 모습. 샌타바버라=AP 뉴시스
AP통신에 따르면 선체 길이 23m인 이 배는 승객 33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섬 해안에서 약 18m 떨어진 해상에 머물고 있었다. 1일 밤 승객 3명이 식당에서 생일 축하 파티를 벌여 주방 일을 돕던 승무원들도 늦게 잠자리에 든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주방에서 갑자기 일어난 불길이 순식간에 배 전체를 휘감았다. 선실에 빽빽하게 놓인 간이침대에 누워 잠들었던 승객들은 꼼짝없이 화염에 갇혔다”고 전했다.
화재 원인은 발표되지 않았다. WP는 “잠수 중에 쓰기 위해 쌓아 놓은 개인용 니트록스(질소와 산소를 혼합한 가스) 통도 불길을 빠르게 번지게 한 원인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생존자들은 “화염 속에서 니트록스 통이 ‘퍽, 퍽, 퍽’ 하고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구조대는 사고 직후 샌타크루즈섬 해안에서 시신 4구를 발견한 뒤 3일 오후 16구를 추가로 찾아냈다. 5구는 화재 후 해수면으로부터 20m 아래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선박 근처에서 발견됐다.
투어 요금이 665달러(약 81만 원)인 이 배는 지난달 31일 샌타바버라 해안을 떠나 샌타크루즈섬 인근에 머물다가 2일 오후 5시 귀환할 예정이었다. 해안경비대 관계자는 “1981년 운항을 시작한 컨셉션호는 승객 46명이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배다. 선박 운영자가 운항 관련 규정을 어겼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빌 브라운 샌타바버라 카운티 보안관은 “이번 화재는 해상 위에 머물고 있는 선박에서 발생하리라 가정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곤히 잠들었던 승객들도, 화재를 먼저 감지한 승무원들도 즉각 대처할 방도를 찾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