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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 왕세자의 오른팔, 아람코 새 회장으로

입력 | 2019-09-04 03:00:00

루마이얀 국부펀드 총재 임명… 투자은행 경력 많은 금융전문가
기업공개-증시상장 속도 낼 듯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국영 석유사 아람코의 새 회장으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최측근 야시르 루마이얀 사우디국부펀드(PIF) 총재(49·사진)를 2일(현지 시간) 임명했다. 칼리드 팔리흐 전 회장 아래에서 IPO가 지지부진한 것에 대한 일종의 문책성 인사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풀이했다.

루마이얀 신임 회장은 투자은행(IB) 근무 경력이 풍부한 금융 전문가다. 특히 각국 주요 에너지 업체 등에 대한 보수적 투자를 고수한 국부펀드의 과거 수장과 달리 미 차량공유 업체 우버, 전기차 업체 테슬라, 일본 소프트뱅크 등 해외 유명 정보기술(IT) 기업에 투자하며 눈길을 끌었다.

사우디 안팎에서는 아람코 상장 시기를 대폭 앞당기겠다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뜻이 새 회장의 발탁으로 이어졌다고 풀이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팔리흐 전 회장은 사적인 자리에서 “세계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상장을 추진하면 예상만큼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고 언급해 무함마드 왕세자의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공금 사용, 고급 호텔 및 아람코 전용기 이용 문제 등으로 조사도 받았다.

사우디 왕실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아람코는 세계 최대 비상장 기업이다. 1933년 설립 후 올해 4월 86년 만에 처음 실적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를 통해 아람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무려 2238억 달러(약 271조 원)임이 밝혀졌다. 벌써부터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일본 도쿄, 싱가포르, 홍콩 등 각국 증권거래소의 유치 경쟁 및 IPO 주간 업무를 따내기 위한 유명 IB의 경쟁이 뜨겁다. 사우디가 목표하는 대로 지분 5%만 팔아 1000억 달러(약 121조 원)만 모아도 역사상 최대 IPO가 확실시된다. 하지만 기업 가치를 두고 사우디 정부는 2조 달러(약 2420조 원), IB 업계는 1조5000억 달러(약 1815조 원)로 평가해 상당한 간극이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아람코 상장을 통해 △탈석유 등 산업 다각화 △초대형 국제도시 개발 △첨단 산업 육성 등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기 실적 공시 및 회계 감사, 지배구조 개선, 기후변화 대책, 노동자 보호, 배당 등 상장 후 뒤따를 의무 때문에 왕실 내부의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당초 그는 2016년 WSJ 인터뷰에서 2018년 상장 계획을 밝혔지만 상장 시점, 장소, 공모가에 대한 왕실 및 정부 합의가 늦어지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