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사진=유튜브 캡처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14주째에 접어든 반중(反中) 반정부 시위의 도화선이 된 ‘범죄인 인도법’을 철회한다고 4일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시위대가 주장해온 다른 요구에 대해선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비쳤다. 시위의 성격이 이미 경찰의 무력진압에 대한 분노, 민주주의 확대 요구로 변했기 때문에 시위 국면을 돌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시위대는 홍콩인의 중국 송환을 가능하게 하는 인도법 철회와 함께 △경찰 폭력에 대한 독립 조사위원회 구성 △폭도 규정 철회 △시위대 조건 없는 석방 △보통선거(직선제) 실시 등 5대 요구를 제시해 왔다. 람 장관은 이날 오후 5시 50분경부터 약 7분간 홍콩 TV들을 통해 방영된 녹화 성명에서 이 요구에 대한 입장을 하나하나 밝혔다. 독립 조사위 구성 요구에 대해서는 “(감찰 조사 기구인) 홍콩 독립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에 맡겨야 하고 지난달 21일 위엔룽에서 발생한 (백색테러) 사건도 주요하게 다룰 것”이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시위대에 대한 폭도 규정 철회와 석방에 대해서도 “기본법(헌법)과 기소 절차에 따를 것”이라고 거부했다. 다만 보통선거 실시에 대해서는 “보통선거는 기본법의 궁극적인 목표”라면서도 “이를 성취하려면 법적인 구조 안에서 사회를 분열시키지 않으며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직선제 실시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시위대의 요구 방식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람 장관은 이날 발표에 앞서 전국인민대표대회(한국의 국회 격) 전국정치협상회의(국가자문기구) 홍콩 위원들과 홍콩 입법회(국회)의 친중 친정부파인 건제파(建制派) 의원들을 만나 자신의 뜻을 알렸다.
하지만 람 장관이 인도법 철회 외에 다른 요구는 사실상 즉각 수용을 거부한 데다 10, 20대가 주축이 된 시위대가 정부와 경찰에 극단적인 불신을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위를 진정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2014년 우산혁명 주역인 조슈아 웡은 트위터에 “세계는 홍콩과 베이징의 속임수에 속지 말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