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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대사의 ‘묘한 행보’…美, ‘한미 동맹 균열’ 메시지 관리

입력 | 2019-09-04 22:12:00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코이카 제공) 2019.8.27/뉴스1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의 행보가 묘하다. ‘온탕, 냉탕’을 오가는 그의 행보에 한미 동맹 균열 우려에 대한 메시지 관리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4일 제기된다.

몰디브에서 열리는 2019 인도양 콘퍼런스(IOC)에 참석 중인 해리스 대사는 이날 연설에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그는 “한미 동맹은 계속해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기반이 되고 있으며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위한 초석이 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열린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그 순간은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번영, 안정에 대한 상호 희망을 진전시키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보다 광범위하게 발전시키는 한미 동맹의 힘과 우리의 단합을 분명히 보여줬다”라고 치켜세웠다.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해리스 대사의 언급이 나온 것은 그의 행보로 인해 ‘한미 동맹 균열’ 가능성과 우려가 제기된 지 일주일여만이다.

해리스 대사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이후 제기된 한미 간 불편한 기류를 가시적으로 보여 주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그는 미국 국무부가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한국 정부에 대한 ‘실망’을 공식 표명한 뒤인 지난달 28일 외교부로 ‘사실상 초치(항의를 위해 타국 대사를 불러들임)’됐다.

외교부는 당시 상황은 ‘면담’이라고 설명했으나 주한 미국 대사가 한미 갈등 사안과 관련해 외교부로 공개적으로 소환돼 우리 측의 입장을 청취하는 상황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해리스 대사 역시 불편한 미국의 입장을 거침없이 몸으로 표현했다. 그의 ‘초치’ 직후 예정됐던 재향군인회 주최 강연이 취소됐고 참석이 예고됐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최의 포럼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종로구 공평동에 새로 문을 연 미국의 햄버거 체인점 ‘쉐이크쉑’의 개점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즐거운 모습으로 햄버거를 먹는 사진을 공식 SNS 계정에 올리기도 했다.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날부터 공식 일정을 소화하기 시작한 서울 안보 대화에도 불참했다. 국방부가 주한 미국 대사관에 초청을 보냈음에도 해리스 대사 대신 로버트 랩슨 주한 미 대사대리가 대신 참석하게 됐다.

이랬던 해리스 대사의 행보가 이날 오후를 기점으로 급선회했다.

해리스 대사는 몰디브 도착 후 역시 인도양 콘퍼런스에 참석한 신봉길 주 인도 대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는데, 마치 여가를 보내듯 보트 위에서 환하게 웃는 두 대사의 사진이 해리스 대사의 SNS에 올라왔다.

해리스 대사는 특히 “옛 친구들과 만나 너무 행복하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미 동맹 균열 우려를 의식한 행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어 그는 연설을 통해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곧바로 주한 미 대사관은 연설 전문을 트위터로 공개하며 “한미 동맹은 계속해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토대가 되고 지역 전체의 안보와 안정을 위한 초석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발췌해 올렸다. 국제적 이벤트에서 낼 수 있는 단순한 수사라기보다는 ‘유화’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날 하루의 행보다.

다만 해리스 대사의 이날 발언을 한국을 달래거나 친분적 동맹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설에서 해리스 대사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조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 외에도 “일본, 베트남, 호주, 싱가포르, 뉴질랜드, 태국, 필리핀, 스리랑카, 몰디브, 기타 국가들과의 파트너십은 보안, 법치 존중, 상호 이익이 되는 경제 발전을 기반으로 한다”라고 강조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지소미아 문제를 의식한 듯 일본을 향해서도 “우리의 가장 위대한 파트너 중 하나”라면서 “우리는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기 위해 과거의 분열을 극복하며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라고 치켜세웠다.

종합하면 그는 한미 동맹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한 부분으로서 전략적인 고려를 했음을 연설을 통해 밝힌 셈이다.

또 한미 간에는 ‘역대급’ 인상이 예상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지소미아로 인한 불편한 기류의 해소 등 여전히 긴장 사안이 남아 있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만으로 한미 간 긴장 혹은 갈등이 완전히 풀렸다고 보긴 어렵다는 뜻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