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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달란 적 없는데 주고, 준 적 없는데 받은 해괴한 조국 의혹

입력 | 2019-09-05 00:00:00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뉴스1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와 가족들에게 쏟아지는 특권과 특혜 의혹들은 조 후보자의 해명을 사실이라고 전제하면 일관된 특징을 보여준다. 즉 일부러 요청하지도, 압력을 가한 적도 없는데 온갖 특권과 특혜들이 저절로 제공됐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 딸은 2014년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겨우 3학점만 이수하고 두 학기 장학금 800만 원을 받았다. 1년 뒤 입학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성적 미달로 유급됐는데도 6학기 동안 장학금 1200만 원을 수령했다. 그런데 조 후보자 주장에 따르면 두 장학금 모두 신청도 안 했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 딸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을 단 이틀만 하고서 3주 동안 했다는 인턴 증명서를 받았다. 2014년 부산대 의전원 입학 당시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이런 인턴 증명서가 진짜라면 KIST가 과장된 경력을 만들어준 것이고, 증명서가 위·변조됐다면 중대한 범죄다. 조 후보자 부인인 정모 교수가 재직 중인 동양대의 총장은 조 후보자 딸에게 준 총장 표창장도 공식적으로 발급된 적이 없다고 했다.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입시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증명서, 표창장의 진위가 의심된다.

조 후보자 딸은 외고생 신분으로 단국대 의대에서 겨우 2주 인턴을 하면서 대학원생도 힘든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논문 저자 등재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조 후보자 딸을 인턴으로 받아준 장모 교수의 아들은 조 후보자가 참여교수로 있던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2주간 인턴을 했다. 이 센터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장 교수와 아무것도 서로 부탁한 적이 없다고 한다.

조 후보자가 사전에 어떤 청탁이나 요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했을 거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만약 그렇다면 바로 그것이 우리 사회의 왜곡된 특권 특혜 구조를 보여준다. 반대로 “몰랐다” “관여한 바 없다”는 조 후보자의 해명이 거짓이라면 검찰 수사를 통해 이면거래와 청탁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 처벌해야 한다.

여야는 어제 6일 인사청문회를 여는 데 잠정 합의했다. 청문회와 수사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런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와 조 후보자 해명의 진위를 밝혀내야 한다. 일일이 거명하기도 힘들 정도의 온갖 특혜가 한 가족에게 집중됐는데 정작 그 수혜자는 그런 요청을 한 적도 없다고 하는 이런 해괴한 일의 진상이 규명되지 않고서는 국민적 의혹과 분노를 잠재울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