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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재단의 허술한 장학기준[현장에서/신나리]

입력 | 2019-09-05 03:00:00


지난해 11월 재외동포재단이 재외동포재단 초청장학생 48개국 200여 명을 대상으로 2박 3일간 개최한 ‘2018 재외동포재단 초청장학생 역사문화체험’ 모습. 동아일보DB

신나리 정치부 기자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은 해마다 3월 재외동포 초청장학생 선발 공고를 낸다. 재외공관의 추천을 받은 차세대 우수 인재를 발굴해 한국에서 공부할 기회와 비용을 제공하고, 이들이 재외동포 사회로 돌아가 기여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재단은 지난해 학사과정 장학생 35명을 선발해 4년간 생활비로 월 90만 원씩, 그리고 항공료와 대학별 등록금을 지급했다.

한 해외 공관에서 근무했던 외교관 A 씨의 딸도 지난해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유럽 지역에서만 19년을 체류하고 12년간 초중고교 과정을 마친 딸은 공관의 단수추천을 받아 장학생에 선발돼 한국 대학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이 7월 재외동포재단 감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A 씨는 외교부 입부 23년 만에 공관 생활을 접고 본부로 발령받아 감찰조사를 받고 있다. 재단의 허술한 장학생 선발 기준을 이용해 딸을 ‘셀프 추천’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재단은 ‘외국에서 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 이수한 학생’으로 장학생 선발 기준을 제시했다. 외교관 자녀를 거를 수 있는 기준 자체가 없었다. 이에 감사원은 “공무원 자녀 여부나 향후 외국 거주 계획 등 대학 졸업 이후 외국에 거주할 가능성을 심의하기 위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3월 감사원 감사가 끝난 뒤 재단은 A 씨의 딸이 “수혜 대상이 아니다”라고 통보한 뒤 4월경 장학생 자격을 박탈했다. 7월 감사 발표 후 재외동포재단에 따르면 당시 A 씨에게 총 788만4500원이 지급됐다.

A 씨는 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나도 피해자”라며 “재단에 물었지만 ‘(장학금 수혜) 대상이 된다’고만 했지 공무원 자녀라 안 된다는 설명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공관의 단수추천 논란에 대해 A 씨는 “근무했던 지역에서 한국 학생은 대다수 주재원이나 외교관의 자녀뿐이었다. 실제 교민 자녀가 얼마나 되겠느냐”고도 항변했다. A 씨는 감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장학금 반환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이런 사례 외에도 재외동포 초청장학생 운영엔 그간 허점이 많았다. 경제 형편이 어렵거나 유공동포 후손인 학생을 우대한다고 해놓고 가점 등 실질적인 우대 기준이 없었던 게 대표적이다. 올해는 ‘경제 형편 곤란’을 선발 기준에서 제외했다가 감사원 감사 후 추가하기도 했다. 재외동포재단 측은 “올해 장학생은 개선된 심의 기준을 적용해 선발했다”고 설명했지만 달라진 심의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재단의 허술하고 미비한 장학생 선발 심사 기준으로 결국 피해를 입는 건 재외동포 차세대 인재들이다.

신나리 정치부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