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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무조건 끊어라? 덜 유해한 대체품으로 유도하는 게 효과적”

입력 | 2019-09-05 03:00:00

금연정책 전문가 스웨너 교수
한국 금연정책은 ‘근절’에 집중
미국-유럽처럼 ‘감축’ 개념 도입해 흡연자가 스스로 줄이게 도와야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만난 데이비드 스웨너 교수가 각국의 금연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도 금연에 대해 ‘모 아니면 도’의 접근 방식을 버려야 한다. 선진국처럼 건강에 해가 적은 제품을 흡연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세계 최초로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도입했던 캐나다 오타와대 데이비드 스웨너 교수는 한국의 금연 정책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스웨너 교수는 지난달 29일 한국위해(危害)감축연구회(회장 문옥륜)가 인도네시아공중보건연구회와 공동으로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호텔에서 개최한 ‘제3회 아시아위해감축포럼’에 참석했다. 이날 그는 동아일보와 만나 최근 세계 담배업계의 화두로 꼽히는 ‘위해 감축(Harm Reduction)’ 정책을 소개하며 한국 금연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스웨너 교수는 완전히 담배를 끊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금연정책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연정책에 ‘근절’ 개념 대신 ‘감축’ 개념을 도입해 단계적으로 건강 위해 요소를 줄여 나가면서 장기적으로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것이 위해 감축”이라고 설명했다. 흡연율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정체될 때는 전자담배나 씹는담배같이 덜 유해한 대체품을 소개하는 것이 금연을 위한 효과적 수단이라는 취지다. 이어 그는 “한국의 금연정책도 대체 제품에 대한 유해성 검사 결과를 공개하는 등 과학적 근거를 제공해 흡연자 스스로 건강에 대한 해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웨너 교수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는 최근 금연정책 중 하나로 위해 감축을 도입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영국공중보건국과 왕립외과협회는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 대비 95% 이상 덜 해롭다며 금연을 원하는 성인 흡연자에게 권고하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도 담배의 유해성을 줄이는 정책으로 ‘위험감소담배제품신청’ 제도를 통해 유해물질을 줄인 담배 제품을 최근 승인했다.

그는 한국이야말로 흡연율을 지금보다 더 낮출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새로운 기술에 빨리 적응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한국인은 기술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를 좋아해 일반 담배 대신 건강에 덜 위해를 가하는 대체품을 선호할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유해성은 낮지만 니코틴이 함유된 대체품이 오히려 담배에 대한 문턱을 낮춰 흡연자를 늘릴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스웨너 교수는 “안전 기능이 추가된 자동차를 만들면 과연 사람들이 그것을 믿고 위험하게 운전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쉽게 금연하는 사람이 있지만 반면 담배를 끊기 어려운 사람도 많다. 덜 유해한 담배 대체품 가격을 더 해로운 담배 가격보다 낮추는 등 적절한 정책을 병행한다면 흡연율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