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중앙해장 ‘곱창전골’. 이윤화 씨 제공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식육동물의 내장은 흔히 살코기에 비해 무시당해 왔다. 막상 먹으면 입에서는 말할 수 없이 고소하고 착착 감기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던 중 조선시대 왕의 상차림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발견을 했다.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을 모시고 회갑연을 열어 드리기 위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찾아간 8일간의 화성행차 여정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에는 음식명과 식재료가 꽤 소상히 나와 있다. 궁중의 대표적인 탕요리인 별잡탕을 비롯해 국물요리, 찜요리, 구이를 막론하고 많은 요리에 등골, 양, 곤자소니(소 창자의 끝부분), 염통 등 내장류가 다채롭게 들어가는 것을 알고 놀랐다. 상상 속의 임금님은 비단결같이 부드러운 최상급 안심 한 점을 드셔야 될 것 같은데 내장이라니 말이다. 임금님은 특수부위를 즐기는 내장 미식가임에 틀림이 없다고 맘대로 정의도 내려 보았다.
왕의 상차림에 오르는 음식 중 깊은 국물의 비결이 내장일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추측해본다. 곱창을 비롯한 내장은 숯불에 구워 쫄깃하게 먹는 것도 맛있지만 곱이 나와 혼연일체가 된 국물에서 한없이 부드러워진 곱창은 또 다른 맛의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곱창전골 맛집 찾기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신념 있는 전문점을 찾아야 된다. 내장은 부산물로, 살코기처럼 생산이력을 알 수 없기에 원재료 고기 수급이 확실한 맛집 선호가 우선이다.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 청어람=서울 마포구 망원로 97. 곱창전골 2만 원(소), 3만 원(대)
○ 중앙해장=서울 강남구 영동대로86길 17. 곱창전골 5만9000원(소) 8만9000원(대)
○ 배꼽집=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513. 배꼽곱창전골 1인 1만6000원 2인 이상 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