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유튜브 채널 ‘흔한남매’가 박현미 미래엔 출판사업본부장의 눈에 들어왔다. 크리에이터 정다운·한으뜸 씨가 초등학생 남매의 일상을 연기하는 코믹 채널이었다. 학습 만화를 주로 만들어온 박 본부장과 박소영 만화콘텐츠개발팀장은 “어떠한 학습적 요소도 없이 순수하게 웃긴 책을 만들자”며 의기투합했다.
결과는 핵폭탄 급 성공. ‘흔한남매’(아이세움·1만1000원) 1권은 출간 11주 만에 16만 부가 팔렸다. 2권은 예약 판매만으로 8월 넷째 주 예스24, 인터파크, 영풍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남매가 동시에 서로의 볼을 꼬집은 채 “네가 먼저 놓으라”며 신경전을 벌이거나 “싫으면 시집가라”며 말다툼하는 일화를 담았다.
4일 서울 강남구 미래엔 사무실에서 만난 박 본부장은 “계약 당시에도 흔한남매의 구독자수는 80만 여 명에 이르렀다. 기본 팬덤에 만화라는 형식과 코믹 요소가 더해져 시너지를 낸 것 같다. 특히 만화로 펴낸 게 ‘신의 한 수’였다”고 자평했다.
‘와이(Why)’, ‘내일은 실험왕’, ‘마법 천자문’…. 한국은 학습만화의 요람이자 천국이다. 한국에서 학습만화 장르가 싹텄고 출간도 활발하다. 요즘에는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이나 ‘Go Go 카카오프렌즈’처럼 캐릭터와 결합한 형태가 흐름을 주도한다.
박 본부장은 학습만화 시장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웠다. 오롯이 초등학생을 위한 만화책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의아했다. 그 옛날 월간 만화잡지 ‘보물섬’과 꺼벙이 시리즈 같은 책이 머릿속을 스쳤다. 때마침 만난 ‘흔한남매’가 운명처럼 느껴졌다.
“‘흔한남매’는 영상이 드라마처럼 기승전결이 분명했어요. 하나의 영상을 만화 에피소드로 뽑을 수 있겠다 싶었죠. 특히 90년대 개그적인 요소가 매력적이었어요. 실제 아이가 만화책 보는 걸 말리려다가 같이 보게 됐다는 부모들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영상을 만화로 옮기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캐릭터를 만들고, 에피소드를 추리고, 초등학생 감정을 고려해 이야기를 다듬었다. 흔한남매, 글 작가(백난도), 그림 작가(유난희)가 영상을 돌려보면서 고민을 거듭했다. 박 본부장은 “몸동작이나 유행어가 지나치게 많은 영상은 만화로 옮기면 밋밋했다. 만화에 맞는 연출에 특히 공을 들였다”며 “조석 작가의 웹툰이 좋은 본보기가 됐다”고 했다.
“뭣보다 흔한남매 당사자들이 책을 좋아해주셔서 기뻐요. 내년에 세 권을 더 펴내고 글 중심의 책도 출간할 예정입니다. 채널과 책이 서로 밀고 끌어주는 모델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