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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공장이 문화공간으로… 전주시 재생사업 눈길

입력 | 2019-09-06 03:00:00

20년간 방치된 산업단지 공장… 전시-창작공간으로 만들어 재개장
삭막한 공단지역에 활기 불어넣고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코스로 인기




폐공장에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산업단지 내 ‘팔복예술공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전주시 제공

LP보다 싸고 휴대가 편리하다는 장점 때문에 ‘카세트테이프’는 1970, 80년대 호황을 누렸다. 덕분에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산업단지에 있던 생산 공장은 밤낮 없이 가동됐다.

하지만 CD 등 새로운 저장장치의 등장으로 공장은 1990년대 초반 문을 닫았다. 새 주인을 찾지 못해 20년 넘도록 방치됐다. 흉물로 변해가는 공장에 2016년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시작됐다. 전주시가 96억 원을 들여 폐공장을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재생사업에 착수한 것이다. 2년여 준비과정을 거쳐 전시·창작 공간을 갖추고 2018년 3월 ‘팔복예술공장’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팔복예술공장은 삭막한 공단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전주시민은 물론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았다. 폐공장을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집창촌을 예술촌으로 만든 전주시의 도시재생 사업이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주목 받고 있다.

전주시는 팔복예술공장이 도시경관 분야의 최고 국제상인 ‘2019 아시아 도시 경관상’을 수상한다고 5일 밝혔다.

전주시가 아시아해비타트협회와 아시아경관디자인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 상을 받은 것은 2017년 전주역 첫마중길 조성 사업에 이어 두 번째다.

첫마중길은 한때 지역 최대 번화가였던 전주역 앞에 보행자 중심의 특화거리를 만들어 침체된 역세권의 경제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추진됐다. 왕복 8차로 도로에 문화광장이 들어섰고 관광객에게 ‘사람중심 도시’ 전주의 이미지를 심어줬다. 광장에 사람이 몰려들면서 주변 상가도 활기를 되찾았다.

전주시의 대표적 성매매 업소 집결지인 완산구 서노송동 ‘선미촌’을 예술촌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선미촌 문화재생사업도 국내외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성매매 집결지를 인권과 문화·예술 거점공간으로 변화시키는 이 사업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 주관한 ‘2019년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 프로젝트 인증사업’에 선정됐다. 2015년에는 지속가능발전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주시가 낙후된 옛 도심을 살리기 위해 추진한 다양한 재생사업이 국내외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팔복예술공장은 이번 수상 외에 국제슬로시티연맹의 ‘2019 국제슬로시티 어워드’에서 최고상인 ‘오렌지 달팽이상’을 수상했다. 제15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경연대전에서도 공공디자인 분야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장관상을 받았다.

첫마중길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2017년 산림청 주관 녹색도시 우수사례 공모에서 최우수기관상을 받았고,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한 ‘제20회 대한민국 디자인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들 재생사업은 지난달 28∼30일 전주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 유네스코 국가위원회 회의’에서 우수사례로 발표되기도 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주시가 추진한 3가지 재생사업의 성공은 낡은 것, 오래된 것이 도시의 경쟁력임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전주가 사람과 자연,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대한민국 도시재생의 대표 모델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