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동어리목골과 남어리목골이 합쳐져 어승생악 옆으로 이어지는 어리목계곡은 흔히 ‘Y계곡’으로 불린다. 백록담 서북벽과 장구목, 민대가리동산 등에서 흘러내린 물이 어리목계곡으로 모아져 어승생수원지에 저장된다. 4일 이 계곡 해발 1120m 절벽 사면 등에 물봉선이 분홍빛 꽃을 피운 가운데 푸른 이끼를 타고 용천수가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한라산 비경 가운데 하나인 ‘이끼폭포’(사진)다.
절벽의 흙과 바위를 바짝 움켜쥔 이끼에 물이 흐르면서 긴 수염을 늘어뜨린 것처럼 보였다. 이끼폭포만을 떼어놓고 본다면 육상에 생명체가 생겨난 태초의 모습으로 여겨진다. 이끼는 물속에 살던 조류가 진화해 육지로 올라온 최초의 육상식물이다. 원시적인 식물이어서 꽃이 피지 않고 뿌리와 줄기, 잎의 구별이 뚜렷하지 않다. 햇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녹색식물로 분류되지만 물기가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
이끼폭포가 형성되려면 경사가 있는 곳에 연중 물이 흘러야 하고 습하고 서늘해야 한다. 국내에서 이끼폭포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한라산에서는 어리목계곡과 탐라계곡 이끼폭포가 유명하다. 어리목계곡 이끼폭포가 아기자기한 분위기라면 탐라계곡 이끼폭포는 해발 1000m 지점에 30여 m 높이의 절벽에 형성돼 웅장하게 보인다. 이들 이끼폭포는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으로 한라산국립공원 주요 단속 대상 지역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