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非)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주주 동의 등 엄격한 조건하에서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이달 중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자나 대주주 등의 특정 주식에 1주당 여러 개의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권 방어를 쉽게 하는 것이다.
벤처업계는 그동안 대규모 투자를 받고 싶어도 경영권이 희석될까봐 꺼린다며 차등의결권 도입을 요구해왔다. 차등의결권이 생기면 창업자가 외부 투자를 받더라도 안정적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 비전을 갖고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 알리바바 페이스북 같은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대주주가 1주에 10개 정도의 의결권을 갖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5개국이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의 벤처기업은 2010년 2만4000여 개에서 9월 현재 3만7000개로 크게 늘었지만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은 세계 370여 개 가운데 한국은 9개밖에 안 된다. 창업은 활발하지만 대기업으로 커나가는 비율이 낮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도 알리바바 샤오미 등이 차등의결권을 인정받기 위해 뉴욕 홍콩 등 해외 증시에 상장하자 최근 혁신기술 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기로 했다. 혁신기업들을 해외로 빼앗기지 않고 ‘제2 벤처붐’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벤처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 대주주의 전횡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으므로 보완책을 마련해 상장 기업까지 차등의결권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