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가장이 남긴 유서형식 메모엔 “경제적으로 힘들다, 사채까지 써” 자택 현관앞에도 빚 독촉 고지서… 어린 자녀와 아내 숨지게 한뒤 인근 아파트서 극단적 선택한듯… 주민들 “인사성 밝고 명랑한 가족” 경찰 “부검… 모든 가능성 수사”
우윳값 고지서 4일 대전 중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남성 A 씨의 집 우유보관함에 꽂혀 있던 8월분 우유 대금 고지서. 이월 미납 대금 25만5300원을 포함해 청구된 금액은 28만4900원이다. 대전=김태영 채널A 기자 live@donga.com
5일 대전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5분경 중구 중촌동의 한 고층아파트 화단에서 A 씨(43)가 숨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A 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A 씨의 신원을 확인한 뒤 A 씨가 거주하는 도보 5분 정도 거리의 임대아파트로 찾아갔다. 자택 거실에선 아내(33)와 초등학교 2학년 딸(9)과 아들(6)도 모두 숨져 있었다. 경찰은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없고 아내와 자녀의 시신에서 별다른 외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A 씨의 자택 현관 우유보관함에는 이월 미납 대금 25만5300원을 포함해 올 8월 청구된 28만4900원의 우유 대금 고지서가 꽂혀 있었다.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발송된 것으로 추정되는 채무상환 독촉장도 발견됐다.
한 주민은 “A 씨가 ‘사업에 실패한 뒤 몇 개월 전부터 사채까지 빌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A 씨 자녀들이 인사를 잘하고 명랑했다. A 씨와 아내의 표정도 항상 밝아서 주변에서 평이 좋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숨진 일가족의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분석하고 유족과 주변인을 상대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사인 규명을 위해 가족 4명의 시신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대전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일가족 4명이 함께 있다가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하고 있다”며 “부검 결과와 휴대전화 통화 내용 분석, 주변인 조사 등을 거쳐야 사건 경위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밝은 성격이었던 A 씨가 갑작스럽게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면 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원인이 있을 것으로 보고 경찰은 A 씨가 사채를 빌린 정황 등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