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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男-미인 의원 인연은?’…日, 한국 관련 보도 ‘과열’

입력 | 2019-09-06 15:19:00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정국을 조 후보자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대결 구도처럼 소개한 일본 TBS방송 와이드쇼 ‘N스타’ 9월4일 방송 캡처 © 뉴스1


최근 일본 TV방송사들의 한국 관련 보도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6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일본발(發) 수출규제 등으로부터 촉발된 한일 갈등이 심화되면서 현지 방송사들이 한국 관련 내용으로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미디어 모니터링 업체 ‘니혼모니터’에 따르면 현지 방송사들의 TV 와이드쇼(생방송 뉴스와 시사 토크쇼 등을 결합한 형태의 방송프로그램) 기준으로 한국 관련 방송 분량은 7월1째주(1~7일)엔 총 2시간53분이었으나, 8월4째주(19~26일)엔 6시간40분으로 늘었고, 5째주(8월26일~9월1일)엔 13시간57분을 기록했다. 두 달 새 약 5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1일 한국을 ‘화이트국가’(전략물자 수출시 절차상 우대혜택을 부여하는 우방국) 명단에서도 제외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그 사전 조치로 같은 달 4일부터 디스플레이 제조 관련 핵심소재 3종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8월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안을 의결했고, 한국 정부도 “(일본의 조치로) 양국 간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가 초래됐다”는 판단에 따라 같은 달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재연장 없이 올 11월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즉, 니혼모니터 자료대로라면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시기에 즈음해 일본 방송사들의 TV 와이드쇼에서 한국 관련 내용이 크게 늘었단 얘기가 된다.

이에 대해 현지 민영방송사의 와이드쇼 담당 프로듀서는 “한국을 (방송에서) 다루면 시청률이 쭉 올라간다”며 “지금 모든 방송국이 한국 보도 일색인 건 시청자들이 여기에 완전히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아사히가 전했다.

특히 8월5째주 들어 와이드쇼의 한국 관련 방송 분량이 전주대비 2배가량 급증한 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정국을 조 후보자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대결 구도처럼 소개한 일본 TBS방송 와이드쇼 ‘N스타’ 9월4일 방송 캡처 © 뉴스1


일본 방송사 프로듀서는 “조 후보자의 부정 의혹 관련 보도는 한류 드라마처럼 등장인물이 캐릭터를 갖고 있다”며 “엔터테인먼트화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일본 방송사들은 조 후보자 관련 내용을 다룰 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서울대 법대 동기인 점 등에 초점을 맞춰 조 후보자 인사청문 정국을 두 사람의 대결 구도처럼 몰아가는 경향이 짙다. 이를 테면 ‘청문회를 앞둔 양파 남(男)과 의혹 추궁에 나선 미인 의원, 두 사람의 인연은?’ 같은 식이다.

일본 방송사 프로듀서는 “이런 프로그램 시청자 가운데 절반 정도는 그저 재미로 보고, 나머지는 원래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들과 한국을 싫어하는 혐한(嫌韓)층”이라며 “민방 와이드쇼가 노리는 건 이 중에서 일정 규모가 되는 혐한층”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 주요 방송 프로그램에서 노골적으로 혐한을 부추기는 언행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추세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고하리 스스무(小針進) 시즈오카(靜岡)현립대 교수는 “한국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나라 대(對) 나라, 일본인 대 한국인의 구도가 됐다”며 “그 영향을 받아 TV에서도 ‘(한국엔) 아무 말이나 해도 좋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