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검찰총장 2019.9.5/뉴스1 © News1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청와대 등 여권의 노골적인 불만 제기에도 검찰이 조 후보자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총장 표창장 조작’ 혐의로 기소하면서 청와대 등 여권과 검찰간 갈등은 심화될 전망이다.
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전날(6일) 오후 10시50분 사문서위조 혐의로 정 교수를 불구속기소했다. 조 후보자의 딸 조모씨가 받은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이 조작됐고, 이에 정 교수가 관여돼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의 이번 기소는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6일 자정을 기해 만료됨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소시효 만료를 1시간 앞두고서 검찰이 기소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간 피의사실 공표 의혹을 제기하며 청와대 등 여권이 검찰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해 왔음에도 검찰이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당일 피의자 소환조사도 없이 국무위원 후보자의 가족을 기소한 만큼 청와대 등 여권의 불만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새벽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초동에 있어야 할 검찰이 이곳 여의도 청문회장까지 왔다”며 “지극히 불행한 일이고 이것이 정치검찰의 잘못된 복귀가 아니길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청와대는 검찰의 이번 기소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지만, 불편해하는 기류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전날(6일) 일부 언론과 전화통화에서 “조 후보자 의혹을 수사한다는 구실로 20~30군데를 압수수색하는 것은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하거나 전국 조직폭력배를 일제 소탕하듯이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의자 소환조사 없이도 충분히 혐의가 입증된다는 판단을 했고, 조 후보자 청문회 일정 등도 배려한 기소였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정 교수에 대한) 소환조사 없이도 충분히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고, 그런 전례도 있다”며 “나아가 청문회 일정 등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등 여권과 검찰간 갈등은 검찰이 청와대와 법무부에 ‘사전보고’도 없이 지난달 27일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돌입하면서 본격화됐다.
청와대 등 여권은 이후 피의사실 공표 문제 등을 들어 “가장 나쁜 검찰 적폐가 다시 나타났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며 대대적으로 ‘검찰 때리기’에 나섰다.
그동안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던 검찰은 지난 5일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일부 언론과 전화통화에서 정 교수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의혹에 대해 “그 당시 (조 후보자 딸에게) 표창장을 주라고 추천한 교수를 찾은 것으로 파악했다. 청문회에서 그것에 대해 해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자 “수사 개입 우려”라며 처음으로 공식 대응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대검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공식입장을 내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장관 후보자 부인의 표창장 위조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위조가 아니라는 취지의 언론 인터뷰를 한 바 있는데, 청와대의 수사 개입으로 비칠 우려가 있는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검찰은 지난 6일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여당 의원들이 검찰의 수사자료 유출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유출된 사실이 없다”며 대응했다.
여기엔 청와대 등 여권이 사실상 검찰수사에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는 윤석열 검찰총장 등 검찰 내부의 강한 불만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검 관계자는 청와대에 대한 대응 메시지에 “윤 총장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앞으로 청와대 등 여권과 검찰간 갈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려는 여권과 ‘위법 사실에 눈을 감지 않겠다’는 윤석열 호(號) 검찰의 입장은 충돌할 수밖에 없어서다.
여기에 청와대 등 여권은 검찰 개혁의 고삐를 더욱 죌 것으로 예상돼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도 양측간 긴장감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