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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한국 경제도 저성장·저물가 ‘뉴노멀’ 우려

입력 | 2019-09-08 16:42:00


미국의 고용위축과 독일의 제조업 부진 등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국내에도 저성장과 저물가 기조가 새로운 대세인 ‘뉴노멀’로 부각하고 있다.

특히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8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이 공급 요인 뿐 아니라 수요 위축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임금을 높여 수요를 진작하는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8일 ‘3분기(7~9월)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올 한국의 성장률이 1.9%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3개월 전 전망치(2.2%)보다 0.3%포인트 낮은 것이다. 연구원은 “대외 여건 악화로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투자 둔화 폭이 확대되고 소비까지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현대경제연구원도 올 성장률이 종전 전망치보다 0.4%포인트 낮은 2.1%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글로벌 투자은행(IB) 9곳이 내놓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평균 전망치 역시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낮은 2.0%였다.

경기 부진으로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이 줄고 그 결과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0.04%로 역대 처음 감소세를 보였다. 연말까지 한두 차례 더 월간 기준 마이너스 물가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8월 누적 물가상승률은 0.5%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연간 물가상승률은 0.5%선을 밑돌 수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농축산물 공급량이 늘고 유류세 인하 조치로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는 등과 공급 요인 때문에 물가가 낮아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도 이달 3일 “수요 측 물가 상승 요인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 측 요인들이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물가 급락이 일시적 요인 때문인 만큼 디플레이션(저물가 속 성장 부진) 가능성도 없다고 봤다.

하지만 8일 KDI는 ‘9월 경제동향’ 자료에서 수요 위축에 공급 측 기저효과가 더해지며 소비자물가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주로 공급 측면의 요인으로 물가가 낮아졌다는 정부 설명과 달리 물가 하락의 주된 원인이 수요에 있다고 본 것이다. KDI는 7월 소매판매액이 전년 대비 0.3% 감소했고 8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95.9)보다 3.4포인트 떨어진 92.5를 나타내는 등 전반적으로 소비가 부진해졌다고 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한국 경제에 대해 민간 수요 부진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지고 경기 하방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에서 한국이 수출 부진과 초고령화라는 난제에도 직면해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KDI는 6개월 연속 한국의 경기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그 원인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지속과 수출 여건 악화를 지목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재정 지출 확대에도 경제 심리와 내수 지표가 침체되고 있다”며 “정책의 무게 중심을 성장으로 옮기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