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안치홍.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사실상 시즌 아웃. 책임감으로 어떻게든 버티려했던 ‘캡틴’ 안치홍(29·KIA 타이거즈)은 결국 한계에 다다랐다. 하지만 올 시즌 행보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그는 여전히 정상급 선수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KIA는 7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에 앞서 안치홍을 1군 말소했다. 손가락 통증이 문제였다. 안치홍은 6월 21일 잠실 LG 트윈스전 주루 중 오른 손가락이 꺾이는 부상을 입었다. 당시 말소 18일 만에 돌아왔지만, 손가락 통증은 여전했다. 인대의 문제였기 때문에 출전을 거듭하는 이상 쉽사리 호전되기 힘들었다. 여기에 새끼손가락, 손바닥 등 통증이 곳곳에 남아 있었고 결국 사실상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몸이 성치 않았지만 KIA에는 안치홍이 필요했다. 선수 본인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KIA는 올 시즌 초부터 하위권에 처지며 일찌감치 포스트시즌(PS) 경쟁에서 밀려났다. 박흥식 감독대행 부임 후 몇 차례 반등 기회를 잡는 듯했지만 결국 9월부터는 2020년 이후를 준비하는 ‘리빌딩 팀’이 됐다. 올 시즌 프리에이전트(FA)를 앞둔 안치홍이기 때문에 개인 기록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PS 경쟁에서 밀려난 시점에서 한두 차례 쉬어갈 수 있었다. 실제로 손가락 상태를 생각한다면 그쪽이 더 나았다. 하지만 안치홍은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싶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 여파를 떠나 기록만 놓고 보더라도 안치홍의 올 시즌은 여전히 준수하다. 안치홍은 말소 전까지 wRC+(조정득점생산) 121.9로 리그 2루수 가운데 2위였다. 팀 내에서도 최형우(151.7) 다음 두 번째로 높았다. wRC+는 리그 평균을 100으로 가정하고 선수의 생산력을 평가하는 지표다.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으로 장타력은 감소했지만 여전히 리그 평균보다 20% 높은 생산력을 자랑한 셈이다. 여기에 눈으로 보이지 않는 책임감은 별개다. 안치홍의 올 시즌을 함부로 실패라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