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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가족을 우선시하는 특권의식이 부패를 정당화한다” 비판

입력 | 2019-09-08 23:03:00

마다가스카르 공개미사 메시지 “계층과 혈연 중심의 배타적 가치관, 신의 뜻에 어긋나”
“그릇된 자기 합리화로 소유욕에 매몰된 채 부도덕한 수단에 의지하지 말 것” 경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8일(현지 시간) 마다가스카르 안타나나리보에서 공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신도 100만 여 명이 운집한 이날 미사에서 교황은 “선악의 판단 기준으로 ‘가족’을 내세울 때 특권과 부패를 정당화하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고 역설했다. 안타나나리보=AP 뉴시스


“옳고 그름,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결정적 판단 기준으로 ‘가족’을 내세울 때, 우리는 결국 대가성의 편파 임용을 비롯한 온갖 특권과 부패를 정당화하게 되며 심지어 그것을 신성한 것으로까지 여기게 된다.”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8일(현지 시간)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의 소아만드라키자이 교구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특정 계층이나 혈연을 내세우는 그릇된 특권 의식과 배타적 가치관의 해악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바티칸 뉴스포털(vaticannews.va)에 전문이 게재된 미사 메시지에서 교황은 “가족 구성원의 곤궁과 타인의 곤궁을 상이한 잣대로 바라보는 이는 결코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라고 할 수 없다”며 수많은 사회 구성원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자기 가족의 부(富)와 안위만을 도모하는 특권층의 선민의식이 부르는 폐단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교황은 “자신의 노력으로 자기 삶의 모든 것을 이뤄냈다는 그릇된 자기 합리화에 빠진 채로 물질적 소유욕의 무한경쟁에 매몰된 이는 이기심에 휘말려 부도덕한 수단에 자발적으로 손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서 교황은 “개인의 정견(政見)이나 이상론에 의지해 신의 뜻을 가늠하려 드는 이는 폭력과 분리주의를 정당화해 신의 이름을 모독하게 될 것”이라며 다양한 계층의 이견(異見)을 아우르는 대화와 상호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AFP통신은 “신도 100만여 명이 운집한 이날 미사는 1960년 마다가스카르 독립 이후 최대 규모의 공개 미사였다”며 “자리를 맡기 위해 미사 하루 전날 미리 와서 밤을 새운 신도들도 적잖았다”고 전했다. 인구 2696만 명 중 약 41%가 가톨릭 신자인 마다가스카르는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60달러로 한국의 1.5%인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