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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美 “北核 제거 실패 땐 아시아 핵무장”… 中, 흘려듣지 말라

입력 | 2019-09-09 00:00:00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6일 한 강연에서 북핵 협상이 실패하면 한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 핵무장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북핵 제거 노력이 실패하면 아시아 전역의 핵 확산이란 도전에 대응하게 될 것’이라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말을 소개하면서 “아시아 동맹들은 미국의 확장 억지에 대한 신뢰로 핵 프로그램을 그만뒀지만 위협이 계속된다면 언젠가 스스로 핵능력을 재고할 필요가 없는지 반문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 핵무장이 낳을 ‘핵 도미노’ 시나리오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미국 의회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는 물론 한일과의 핵 공유 주장까지 나왔다. 이번에는 대북 비핵화 실무협상의 책임자, 그것도 북한이 그나마 딴죽을 걸지 않는 행정부 인사의 발언이다. 미국도 마냥 커져가는 북핵 위협에 핵 확산 금지 정책만을 고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인 만큼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비건 대표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거론한 ‘한국·일본의 핵무장 용인론’도 연상시킨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의 경찰’ 역할을 거부하며 지역 안보는 해당 국가들이 책임지도록 하는 미국 최우선의 철저한 현실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북핵 위협과 함께 중국의 군사굴기에 맞서려면 한국·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함으로써 본격적인 견제에 나서는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 전략을 펴야 한다는 주장도 진작부터 나왔다.

아시아 핵무장론은 북한은 물론 그 뒤에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동북아의 연쇄 핵무장을 극도로 경계하는 중국을 향해 북한 비호에만 급급하다간 결국 핵무장 국가들에 포위될 것이라는 압박이다. 비건 대표는 앞으로 1년 안에 중대한 진전을 이뤄야 한다며 그 시한도 제시했다. 구체적 협상과 합의, 실질적 비핵화까진 빠듯하기만 하고, 미국도 더는 기다릴 수 없는 시점이다. 중국도 머잖아 닥칠 수 있는 악몽을 피하려면 이제 생각을 바꿀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