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이르면 오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송부재요청 시한인 6일 이후 청와대 안팎의 의견을 청취해왔다고 한다. 임명 강행과 지명 철회 어느 쪽을 선택하든 문 대통령으로선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만약 임명을 강행할 경우 지난 한 달간 온 나라가 빠져들었던 소모적인 논쟁과 분열보다 더 큰 논란과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란 점이다.
조 후보자와 가족은 논문 부정과 입시 비리, 사모펀드 투자, 웅동학원 소송 등 각종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조 후보자 임명이 강행되면 야당은 국회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국회는 조 후보자를 둘러싼 소모적 정쟁의 수렁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 것이다. 국정 운영을 책임져야 할 청와대가 그런 상황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
법무부와 검찰도 격랑 속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피의자 신분인 법무부 장관이 자신과 가족을 수사 중인 검찰의 보고를 받고 지휘를 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자칫 검사들의 집단 항명, 정권과 검찰 조직의 정면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은 검찰 수사에서 반드시 진상을 밝히고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할 사안들이다. 수사 대상자를 장관으로 임명 강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부당한 수사 외압이라는 비판을 불러올 수 있다. 검찰도 법리 이외의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이제 청문회라는 ‘국회의 시간’과 임명 여부를 결정하는 ‘대통령의 시간’이 끝나면 국민의 시간, 역사의 시간이 시작된다. 임명 강행을 택하면 대한민국은 더 거센 격랑 속으로 내몰리고 사회 전체가 소모적이고 분열적인 논쟁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 것이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접고 대다수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새 인물을 찾아 추석을 앞둔 민심을 달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