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오전(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과 조지아 경기에서 후반전 황의조가 역전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2019.9.6/뉴스1 © News1
“1월 아시안컵 실패(8강서 중도하차) 이후 벤투 감독도 어느 정도 느낀 것 같다. 아시아에서 한국을 상대하는 팀들 대부분이 수비에 치중하고 그 밀집수비 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매 경기 우리의 스타일을 지켜나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단순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봄 만난 대한축구협회 한 고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난해 여름 부임 후 한동안 코스타리카, 칠레, 우루과이 등 강호들을 상대하면서 호평을 받았던 벤투 감독은 올해 1월 UAE에서 열린 AFC 아시안컵에서 상대의 밀집수비를 깨지 못하며 매 경기 고전하다 결국 8강서 카타르에 패해 실패를 맛봤다.
대회가 끝난 뒤 안팎에서 “‘아시아의 현실’을 간과한 채 이상적인 축구만 고집하다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빌드업 축구도 좋지만, 웅크리고 앉아 있는 약체들에게는 그에 맞는 처방전이 필요했는데 대비가 부족했다는 목소리였다. 이후 변화가 감지됐다. 호출하지 않던 공격수들을 팀에 가미하고 있다.
지난 6월 소집 때 벤투 감독은 ‘슈틸리케의 황태자’라 불리던 이정협을 처음으로 발탁했다. 그리고 9월 2연전을 앞두고는 고공 폭격기 김신욱을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정협은 다시 뽑았다. 벤투호 출항 후 분류상 FW는 거의 2명이었는데 이번에는 3명이다. 이정협과 김신욱 그리고 이 시점 No.1 스트라이커 황의조까지. 이들이 투르크메니스탄전 선봉장 역할을 해야 한다.
축구대표팀이 오는 10일 밤 11시(한국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투르크메니스탄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축구 국가대표팀 김신욱과 손흥민이 7일 오후(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 파티흐 테림 연습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오는 10일 투르크메니스탄 아시바가트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2019.9.7/뉴스1 © News1
아무래도 상대 전력이 약하기에 2명의 공격수를 전방에 배치할 공산이 크다. 한 자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에이스 손흥민의 몫이다. 그의 파트너로 누가 언제 어떻게 나올 것인지가 투르크메니스탄전 해법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벤투 감독이 세 선수의 장점을 어떻게 판단했을 지에 따라 투입 방식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벤투호 전방 제1 옵션은 역시 황의조다. 지난 5일 조지아전에서의 2골을 포함해 벤투호 출항 후 가장 확실한 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포함해 손흥민과 호흡을 지속적으로 맞춰왔다는 것도 장점이다. 동갑내기 손흥민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의조와는 서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표현으로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 정공법으로, 시작부터 손흥민-황의조로 출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상대도 황의조를 인지하고 있음을 고려해야한다. 손흥민 방어만큼 대비책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따라서 이정협과 김신욱이라는 색다른 카드를 적절하게 섞어 쓰는 요령도 필요하다. 비단 투르크메니스탄전 뿐만 아니라 비슷한 양상으로 흐를 2차예선 전체를 관통할 포인트다.
이정협의 최대 장점은 방대한 활동량이다. ‘골잡이’나 ‘킬러’라는 수식어를 달기에는 결정력이 다소 아쉽지만 지칠 줄 모르는 움직임으로 수비진을 헤집어 또 다른 동료에게 찬스를 제공하는 도우미로서의 가치는 크다. 수비력도 좋아 높은 위치에서 압박을 가하는데 효율적이다. 조지아전처럼 이정협을 먼저 투입해 상대 수비를 지치게 한다는 점에서는 유용한 카드다.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원정 1차전은 반드시 골을 넣어야할 경기다. 황의조와 김신욱과 이정협. 각기 매력이 다른 3명의 공격수를 언제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성패의 중요한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이들이 손흥민과 만났을 때의 시너지 비교까지, 이 저울질 계산을 잘 끝내야 밀집수비를 뚫을 수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