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Pixabay
귀찮음이 심하면 내적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 내적 동기란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이니까 기왕 하는 거 열심히 하자’ 혹은 ‘지금은 좀 힘들어도 계속 하다 보면 나중엔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겠지’ 같은 생각이다. 스스로 당근과 채찍을 줘가며 무언가를 해내는, 적극적인 마음이다. 귀찮음에 빠진 아이들은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은 일단 다 미루고 본다. 안 하면 벌을 받거나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일, 혹은 달콤한 보상이 주어지는 일만 한다. 터지기 직전의 폭탄들만 근근이 제거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아이에게 부모는 ‘게으르다’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그리고 끊임없이 “너는 대체 왜 이 모양이니?” “어떻게 먹고살래?”, 잔소리를 한다. 그런데 이러면 가뜩이나 없는 동기나 열정이 아예 사라져 버린다. 잔소리가 귀찮음을 더 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가 만사 귀찮아하는 것을 줄이려면 부모가 먼저 잔소리를 줄여야 한다. 대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다. 단, 화내지 말고 짧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방을 치우라고 해도 아이가 계속 미루고 있다면 “네가 불편하지 않다고 해서 치우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야. 네 논리대로라면 우리 집에 청소를 해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집은 가족이 다 같이 사는 공간이잖아. 그러니까 우리 모두 함께 청소를 해야지. 같이 치우자”라고 기본적인 의무와 책임을 가르쳐준다.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면 그래도 조금은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숙제나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 모르는 사람이 곤경에 처했을 때 도와줘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해도 가르쳐준다. “그걸 왜 해야 하는데요?”라며 반항적으로 물어도 윽박지르지 말고 이성적으로 이유를 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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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나서 기분이 좋을 때, 요새 왜 그렇게 의욕이 없는지 넌지시 이야기도 꺼내 본다. 본인 상태에 수긍을 하면 “그럴 때는 도움을 받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야. 엄마, 아빠가 어떻게 도와줄까? 넌 어떻게 해보고 싶어?” 하고 물어본다. 아이가 삐딱하게 “도움 필요 없어요”라고 하면 어떻게 할까. “별거 아닌 거 같아 보여도 상당히 중요한 문제거든. 귀찮음이 점점 심해지면 나중엔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질지도 몰라. 엄마 아빠 도움이 필요 없다면 전문가를 만나보는 게 어떨까?”라고 설득해 적극적인 도움을 받도록 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