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원 대로 건축한 경기 양평군의 한 농막. 박공(맞배지붕 측면에 ‘人·인’자 모양으로 붙인 부재)을 만들고 지붕 가운데의 선을 비뚤게 해 변화를 줬다. AnLstudio 제공 ⓒ진효숙 건축사진작가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왜 사냐건 웃지요.”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남으로 창을 내는데 굳이 으리으리한 집이 필요할까. 넓이 6평(19.8㎡) 안팎의 미니 전원주택이나 세련된 농막이 ‘세컨드 하우스’로 각광받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상당한 계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전원주택에도 소형화, 실속화 바람이 부는 셈이다.
2016년 ‘젊은 건축가상’을 받은 신민재 에이앤엘스튜디오 소장(43)은 2013년 경기 양평군에 작은 농막을 설계했다. 건축주는 은퇴를 앞둔 60세 가량의 전문직 부부. 이들은 작은 밭을 장만한 뒤 농기구를 보관하고, 농사일을 하다 잠시 쉴 수 있는 저렴한 공간을 원했다. 컨테이너를 갖다 놓고 농막으로 쓰는 게 보통이지만 부부는 “모양도 예뻤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침 신 소장이 다른 곳에 계획했던 창고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고 해 크기만 작게 만들었다.
내부는 천장을 만들지 않고 지붕을 받치는 삼각형 트러스트를 노출해 좁은 느낌을 피했다. AnLstudio 제공 ⓒ진효숙 건축사진작가
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작은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경기 남양주에 사는 한아름 씨(39)는 지난해 양평군 서종면에 7평(약 23.1㎡)짜리 세컨드 하우스를 지었다. 주말 등 틈이 날 때 가족과 쉬다 간다.
“사는 것도 아니고 시간 날 때만 오는데 굳이 큰 집이 필요하지 않더라고요. 텃밭도 가꿀 수 있고 무엇보다 아이가 잔디에서 뛰고 흙을 만지며 놀아서 정말 좋아요. 주말마다 어디로 놀러갈지 고민 안 해도 되고요.”(한 씨)
요즘은 오픈마켓 앱에서도 집을 판다. ‘이동식 주택’을 검색하면 가격도 모양도 천차만별인 집들이 상당수 나타난다. 이동식 주택은 기초 공사를 통해 고정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농막이 아니라면 주택 신·증축에 따른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간삼생활디자인이 지난해 내놓은 이동식 목조주택 ‘ODM’의 외관(왼쪽 사진)과 내부. 20㎡ 안팎이지만 건축가가 제대로 설계해 ‘갖출 건 다 갖춘’ 정식 주택이다. 공장에서 완성한 집을 주문지까지 배달, 설치해준다. 사진출처=간삼생활디자인 제공
세컨드 하우스의 증가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전원주택지로 선호되는 경기 양평군의 주택 수는 2015년 3만6899호에서 2017년 4만1689호로 13% 늘었다. 이는 주민등록인구(10만8316→11만5105명) 증가율(6.3%)보다 높다. 가평군도 마찬가지다. 강원 인제군은 주민등록인구는 줄었는데 오히려 주택 수가 늘었다.
간삼생활디자인이 지난해 내놓은 이동식 목조주택 ‘ODM’의 외관(왼쪽 사진)과 내부. 20㎡ 안팎이지만 건축가가 제대로 설계해 ‘갖출 건 다 갖춘’ 정식 주택이다. 공장에서 완성한 집을 주문지까지 배달, 설치해준다. 사진출처=간삼생활디자인 제공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