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징역 3년6개월 확정

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형을 확정받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위력에 의한 간음과 추행,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또 성폭력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기관 5년간 취업 제한 명령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2017년 7월∼2018년 2월 네 차례 성폭행과 네 차례 강제추행 등 검사의 공소 사실 10가지 중 9건을 유죄로 판단했다.
○ “진술 신빙성, 함부로 배척해선 안 돼”
대법원은 또 김 씨에게 피해 사실을 전해 들은 다른 비서들의 진술도 신빙성이 높다고 봤다. 비서들은 공판준비기일을 포함해 모두 5번의 재판 가운데 4번을 전부 또는 일부 비공개로 진행한 2심에서 안 전 지사에게 불리한 ‘추가 증언’을 내놓았는데, 대법원은 이를 중요하게 본 것이다. 대법원은 “피해가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무렵에 피해자로부터 피해 사실을 들었다는 (비서들의) 진술도 신빙성이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또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의 성립 요건을 넓게 본 2심 손을 들어줬다. “폭행과 협박뿐 아니라 행위자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피고인은 업무상 위력으로써 피해자를 간음 또는 추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 ‘성인지 감수성’ 직접 언급
대법원이 김 씨 등의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평가한 배경엔 ‘성인지 감수성’이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학생을 성희롱했다는 사유로 해임된 대학교수의 해임을 취소하라고 한 2심 판결이 성인지 감수성을 결여한 판단이었다며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당시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활발하던 때다.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여론이나 신분 노출의 피해를 입는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일각에선 성인지 감수성의 개념을 좀 더 명확히 해야 판결에 논란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