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구직환경 외환위기 이후 최악, 대출 빚더미에 내 집 마련 ‘넘사벽’
정권 바뀔수록 총체적 난국 심해져
청년 지원법안 국회서 통과시키고 정부, 청년문제 컨트롤타워 세워야
이인실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통계청의 2019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나온 청년들의 졸업 후 첫 직장을 구할 때까지 걸리는 평균기간은 11개월로,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길다. 올해 7월 기준 청년(15∼29세) 고용률은 44.1%에 불과하며 실업률은 9.8%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취업준비생, 단기 알바,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무직자) 등을 감안한 사실상의 실업상태 지표인 청년확장실업률은 23.8%로, 청년 네 명 중 한 명은 취업을 포기했거나 못 했다. 통계청의 가계대출 연령별 증가율을 보면 지난 5년간 30세 미만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54.3%로 다른 연령층보다 월등히 높다. 이런 청년층의 부채 증가는 학자금 대출 급증, 취업난 지속으로 인한 상환능력 부족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조사한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는 지난한 청년들의 삶을 더욱 잘 설명해준다. 어렵게 직장을 구한 20, 30대 사회초년생(3년차 이하 직장인)들의 44%가 빚(대출)이 있는데, 대출상환 소요기간은 4년에서 4.9년으로 길어지고 있고 이자가 엄청 비싼 대부업체 같은 제2, 3금융권을 이용하는 비중이 전체 세대에 비해 4.3%포인트 높은 42.4%나 된다. 심지어 청년층을 노리는 악덕 대부업자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금수저가 아닌 한, 청년들에게 수억 원대의 집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 또는 신용불량자(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될 수밖에 없는 ‘청년실신’(청년실업+신용불량자)이란 신조어가 나왔을까!
하지만 입만 열면 청년을 정치 구호로 내세우는 국회와 정권이 외환위기 이후 5번이나 바뀌었지만 청년 문제는 갈수록 총체적 난국 상태다. 얼마 전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정권이 바뀌고 청년들이 수많은 기대를 했지만 현 정부가 청년의 삶 전반을 진중하게 해석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눈물을 터뜨린 청년 대표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2016년 국회 청년미래특별위원회에서 모처럼 여야가 합의해서 발의한 ‘청년기본법’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는 것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청년세대의 삶의 위기를 해결하려면 일자리 주거 교육 부채 문화 등의 영역에서 포괄적인 해법이 모색돼야 한다. 정부의 청년대책 또한 단기지표 성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좀 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집행되어야 한다. 하루빨리 청년기본법 논의가 진행돼 청년의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청년문제 해결에 책임 있게 나서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될 청년기본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ASMR(자율감각 쾌락 반응) 듣기, 슬라임 만들기 등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는 청년세대의 ‘소확행’(소박하고 작지만 확실한 만족감을 주는 행복) 이야기를 그냥 흘려듣기엔 청년들이 맞닥뜨려야 할 미래가 너무도 엄중하다. 청년 문제를 총체적으로 보는 컨트롤타워를 설립하고 정부 부처 간 연계를 통한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이인실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