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한 달간 조 장관은 ‘과거의 조국’과 처절하게 싸웠다. 딸이 고교 시절 병리학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데 대해 사과문을 냈지만, 2010년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 논란 때 “파리가 앞발을 싹싹 비빌 때 이놈이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고 쓴 글이 재조명되며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새 의혹이 불거지고 해명을 내놓을 때마다, 조 장관은 스스로 뱉은 말과 글에 발목을 잡혔다.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조스트라다무스’(노스트라다무스처럼 자신의 미래를 예언했다는 뜻)라는 별명도 얻었다.
▷입으로 쏜 화살이 언젠가 되돌아오는 경우는 허다하다. 정치인은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과거의 온갖 말과 글이 기록돼 검색되는 인터넷 세상이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11년 전 음주측정 불응 처벌을 강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음주운전자의 손에 맡겨진 자동차는 살인 도구”라고 했다. 2016년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음주운전 전과를 질타했다. 장 의원이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 장관의 가족 문제를 강하게 추궁한 이튿날 새벽 장 의원의 아들이 음주운전 사고를 내 비난의 화살을 받게 된 상황은 참으로 기묘한 세상사를 보여주는 우연이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는 나약한 존재다. 잘못이 드러났을 때 ‘내로남불’ 논리를 펴며 자기방어에 나서는 것을 탓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갚아야 할 ‘말빚’, ‘글빚’이 너무나 큰 인사들이 있다. “더럽고 치사해도 버텨주세요.” 누리꾼들은 조 장관이 2013년 11월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하다 정직 3개월 징계를 당한 윤석열 검사를 격려하며 쓴 트위터 글을 퍼다 나르고 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조 장관은 당장 과거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타’ 조국을 찾아가 뜯어말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전성철 논설위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