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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난감, 시위대와 협상하고 싶은데 대표가 없어…

입력 | 2019-09-10 10:45:00


홍콩 반송환법 시위의 가장 큰 특징은 ‘리더가 없는(leaderless)’ 시위라는 점이다. 홍콩의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들고 일어나 특정한 시위 지도부가 없는 것이다.

주말 대규모 시위를 주최하고 있는 ‘민간인권전선’도 재야 단체 연합일 뿐 반송환법 시위를 ‘컨트롤’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시위 참여자 수 등을 집계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딜레마에 빠졌다. 람 장관은 지난 4일 송환법을 공식 철폐한 뒤 홍콩 시위대와 대화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누구와 대화를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고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람 장관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시위대와 협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히려 “내가 누구와 협상을 해야 되나요?”라고 반문했다.

2014년 우산혁명 때는 시위 지도부가 뚜렷했다. 따라서 홍콩 정청은 이들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시위의 동력을 무력화했다.

그러나 이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뚜렷한 지도부가 없다. 그럼에도 시위대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SNS가 매우 발달했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러시아가 개발한 SNS인 텔레그람을 주로 사용한다. 텔레그람은 대화에 암호를 설정할 수 있고, 자신이 받거나 보낸 메시지가 서버에 저장되지 않도록 삭제할 수 있는 등 보안성이 뛰어나다. 이들은 텔레그람을 이용해 컨트롤 타워 없이도 시위를 그때그때 조직한다.

홍콩정청은 시위를 주도하는 핵심 시위대가 2000여 명 정도라고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SNS를 이용해 시위의 장소와 시간, 방법 등을 결정한다. 이들이 장소 등을 결정하면 일반 시민들이 여기에 합류해 시위대가 불어나는 것으로 홍콩정청은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핵심 2000명의 시위대도 컨트롤 타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인류 역사상 아마도 최초로 ‘리더가 없는(Leaderless)’ 대규모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리더가 없는 시위는 유연성과 복원성은 탁월하지만 방향을 돌리기도 쉽지 않는 약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송환법 공식 철회로 시위대와 대화를 선언한 캐리 람이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서울=뉴스1)